리처드 맥그레거 지음, 송예슬 옮김/메디치미디어·2만9000원 동아시아가 심상치 않다. 미·중 무역전쟁,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 등 곳곳에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별개의 사건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70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의 패권 경쟁의 장이었다. 과거사를 지우고 다시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는 일본, 일본과 역사 문제 갈등을 겪으면서도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아시아의 일인자로 우뚝 선 중국, 그리고 두 나라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가며 동아시아를 영향력 아래 두려는 미국.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과 일본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시기별, 사건별로 잘 보여준다. 저자는 중국·일본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한 저널리스트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 관계자들 인터뷰, 논문 등을 통해 3개국의 경쟁·협력·갈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트럼프, 시진핑, 아베 등 미·중·일 주요 지도자들 분석도 마치 ‘미니 평전’을 보는 듯 꽤 흥미롭다.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한반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책머리에 해제를 쓴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이 책에 한국의 입장이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지만 3국의 패권전쟁이 전개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동아시아 패권의 향방을 유추하는 동시에 한국의 생존 전략에 대한 실마리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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