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헌트 지음, 이경남 옮김/생각의힘·1만7000원 오래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토스카나를 산책하던 중 어떤 동굴을 발견한 뒤 이런 글을 썼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실랑이를 벌였다. 두려움과 욕망, 즉 컴컴한 동굴이 주는 위협적인 두려움과 저 안에 어떤 경이로운 것들이 있을지 모르니 한번 알아봐야겠다는 욕망이었다.” 결국 다빈치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벽 틈새에서 고래화석을 발견했고, 이는 이후 그의 작업에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됐다. <언더그라운드>는 지하세계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에 주목한 저자의 여행기이자 안내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버려진 터널을 우연히 발견한 뒤 눅눅한 지하 냄새와 적막한 어둠을 안식처 삼아 사춘기 시절을 보낸 저자는, 성인이 된 뒤 뉴욕의 지하철을 시작으로 세계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지하세계를 탐구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미생물학자들과 함께 블랙힐스 아래로 내려가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원주민 가족과 어울려 오지에 있는 3만5000년 된 광산으로 향한다. 19세기 파리의 지하 터널 사진을 최초로 촬영한 펠릭스 나다르 등 지하세계에 대한 애정과 집착을 보였던 과거 인물들의 행적도 섬세하게 묘사한다. 저자의 탐험을 따라가다 보면, 지하세계를 향한 호기심은 인류의 보편적 속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거 기독교인들은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해 수십 미터 아래 지하세계에서 예배를 드렸고, 파리의 지하 터널에는 여전히 많은 ‘지하족’들이 움직이고 생활한다. 맨홀과 동굴을 넘나드는 여정이 단순한 기행이 아닌 역사학과 인류학을 품고 있는 이유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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