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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학과 음악에 대한 겸손한 견해

등록 2019-09-06 06:01수정 2019-09-06 19:48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푸른숲·1만6800원

“사실 자신이 모르는 일에 대해 대대적으로 떠드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보통은 자신이 아는 사물에 대해 자기도 잘 모르는 견해를 밝히고, 심지어 기꺼이 밝히려 한다. 이는 지식에서 나온 자신감이 아니겠는가?”

책을 읽는 즐거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우연히 만난 책의 한 구절이 나의 불쾌함을 설명해줄 때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구나!’ 온종일 귀에 들리는 뉴스들이 소음처럼 느껴지는 요즘, 핵심을 짚어주는 겸손한 언어는 마치 단비 같다.

‘가장 세계적인 중국 작가’. 자칫 진부한 수식일 수 있지만, 또 그만큼 간명하게 그를 설명해주는 건 없다. 1997~1999년, 위화가 장편소설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 작가로서 가장 큰 명성을 쌓았던 시기에 써내려간 에세이가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로 묶였다. 저자는 21편의 글과 인터뷰를 통해 문학과 음악 감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윌리엄 포크너, 후안 룰포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삶을 짚어보기도 하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과 소설 <주홍글자>의 서술을 통해 악곡과 문학의 유사성을 비교하기도 한다.

저자는 눈과 날개가 하나씩밖에 없는 상상의 새 ‘만만’을 언급하며 ‘문학’을 만만의 한쪽에, ‘독자’를 다른 한쪽에 놓는다. 새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문학과 독자가 짝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견해를 밝히는 일에는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면서도, 작가는 현상 뒤편의 현실을 쓰는 사람이며 이를 통해 견해를 밝힌다는 소신은 문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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