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업체 보진재가 인쇄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보진재는 지난 3일 영업 정지와 유형자산 양도를 공시했다.
구제금융기의 외환위기 같은 파고를 넘기며 100년을 넘게 이어온 이 회사는 최근 몇년 동안 적자가 계속 쌓이자 자산을 매각하기로 하고 오는 11월30일 영업 정지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문화 확산으로 전통적인 종이 인쇄가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2002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입주한 보진재는 1912년 8월15일 서울 종로1가에 ‘보진재석판인쇄소’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고 김진환 창업주부터 증손자인 김정선 현 대표까지 4대째 인쇄업을 가업으로 이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보진재’라는 이름은 중국 북송의 서화가였던 미불(米芾)의 서재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창업 초기엔 석판과 동판으로 미술 인쇄를 전문으로 했고 <조광> <춘추> <문장> <삼천리> 등의 이름난 잡지들을 다수 찍었다. 1933년 국내 최초로 크리스마스실을 인쇄했고 1960~70년대엔 철수와 영희, 바둑이가 나오는 국민학교(초등학교) 교과서를 찍기도 했다. 얇은 종이인 박엽지 인쇄술로 이름나 한때는 세계 성경 인쇄 물량의 30%까지 찍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