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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유의 여신상은 왜 걷고 있을까?

등록 2019-09-20 06:01수정 2019-09-20 20:26

자유의 여신상의 오른발
데이브 에거스 글, 숀 해리스 그림, 황연재 옮김/책빛·1만5000원

“내게 보내라. 지치고 가난하고 자유에 목마른 이들을. 풍요로운 기슭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내게 보내라. 세파에 시달린 갈 곳 없는 이들을. 황금의 문 옆에서 나의 등불을 들리니.”

미국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에 새겨진 미국 시인 에마 라자루스의 시 ‘새로운 거상’의 한 대목이다. 7개 바다와 대륙을 상징하는 태양의 왕관을 쓰고 오른손에 횃불을 든 채 뉴욕 항에 우뚝 선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조형물이다. 왕과 교회, 귀족의 오랜 지배 체제를 경험한 유럽의 눈에 미국은 ‘자유’라는 이념에 의해 창설된 최초의 독립 국가였다. 남북전쟁을 거쳐 1863년 노예제라는 족쇄까지 끊어내자 그 흥분은 더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런 미국에 여신상을 선물했고, 그 선물은 지금까지 뉴욕의 관문으로 우뚝 서서 자유에 목마른 모든 이를 받아들이는 이상을 상징하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의 오른발>은 그런 여신상의 ‘오른발’에 주목한 그림책이다. 여신상은 청록색 전신의 자태나 강고한 표정의 얼굴이 워낙 유명한 탓에 아랫부분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해 왔다. 그런데 발에도 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사슬을 밟고 선 왼발은 노예제도 폐기의 상징으로 그나마 알려진 편이다. 그러나 가운에 가려진 오른발이 막 땅에서 발을 뗀 모습이라는 점을 아는 이는 드물다. 여신은 걸음을 떼서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여신상이 상징하는 미국의 이상도 지난 두 세기를 거치며 많이 해졌다. 베트남과 이라크 등의 명분 잃은 전쟁, 월스트리트가 표상하는 탐욕, 적과 친구를 가리지 않고 벌인 광범위한 감청의 ‘빅 브러더’ 행태,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난민을 내치는 ‘장벽 쌓기’까지, 어두운 그림자가 여신의 뒤에 겹겹이 쌓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과거의 교훈을 잊지 말고 미래의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는 미국의 어린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감명 깊게 다가올 수 있다. 초등 전 학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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