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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전선을 누빈 여성 종군기자의 삶

등록 2019-09-27 06:00수정 2019-09-27 20:12

전쟁의 목격자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생각의힘·1만6000원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말은 누가 처음 했을까? 한국전쟁 당시, 전쟁 발발 이틀 만에 한국에 들어와 전황을 보도한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는 통영상륙작전을 진행한 한국 해병대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표현했다. “그들은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

스물두 살에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 입사하면서 기자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한 히긴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4년부터 종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여성 종군기자’를 향한 우려를 불식시키듯 그는 미군보다 먼저 독일 국경을 가로질러 악명 높은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최초로 진입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맥아더 총사령관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을 취재하며 그 상황을 전 세계에 보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콩고 내전, 베트남 전쟁 등을 직접 취재하며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그는 195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국제 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전쟁의 목격자>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히긴스의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히긴스의 일대기다.

“함포와 비행기가 꾸준하게 포격을 퍼부었는데도 살아남은 북한군들은 해변 가까이에서 소형 화기와 박격포로 우리를 괴롭혔다.” 히긴스가 숱하게 남긴 특종 기사와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본 그의 삶은 치열하고 진솔하다. 여성 기자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현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쟁을 취재하면서 동시에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강조한 그의 삶은 주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메릴린 먼로를 닮은 금발의 종군 여기자’라는 수식어가 그를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은 이유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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