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스노우폭스·1만5800원 평균 수명이 짧고 그만큼 죽음이 일상에 가까웠던 과거에 비해 현대인에게 죽음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삶의 종착지다. 의학의 발전으로 죽음이 삶의 마지막 과정이 아닌 병과의 싸움에서 패배로 받아들여지는 탓도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언젠가 죽을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죽음 없는 삶을 살아간다. 독일의 저널리스트가 환자와 가족, 의료진과 간병인 들을 취재해 쓴 이 책은 냉정하리만치 죽음에 대한 직시를 강조한다. 늙거나 병이 깊어져 의료행위가 더 이상 치료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시점에서 시작해 몸과 정신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며 죽음에 가까워지는 상황, 호흡이 잦아들고 죽음이 다가오는 시점, 그리고 신체기능이 완전히 멈추고 장례를 치른 뒤 죽은 이의 가족이 슬픔을 딛고 일상을 회복하는 때까지의 과정을 객관적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떤 두려움은 가질 필요가 없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놓고 있다. 저자의 조언은 종종 매섭다. 이를테면 ‘아프고 괴로워도 사람들이 곁을 떠나는 게 낫다’고 한다. “힘을 내”라거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 또는 “좀 어때?”라는 선의의 말조차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는 편하게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오로지 나의 문제”라는 걸 인식해야 어떤 죽음을 맞을지, 가족들과 어떻게 이별해야 할지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독자에게 묻는다. 어디서 죽음을 맞고 싶은가, 거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에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질문들을 천천히 되새기면서 죽음을, 그리고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격려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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