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체공녀 강주룡>으로 지난해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박서련이 두 번째 장편 <마르타의 일>을 내놓았다.
<…강주룡>이 실존 인물을 주인공 삼은 역사물이었던 데 비해, <마르타의 일>은 여러 모로 전작과 대비된다. 현대가 배경인데다 에스엔에스(SNS) 문화의 빛과 그림자가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연예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자살로 위장한 죽음의 진실을 캐들어가는 추리적 요소가 소설을 끌어 간다.
“경아 자살한 거 아닙니다.”
연년생 동생 경아가 자살로 처리된 죽음을 맞은 뒤, 생전에 경아가 쓰던 휴대전화로 이런 문자 메시지가 수신된다. 경아의 언니 수아는 경아의 죽음에 비밀과 음모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스스로 캐내기로 한다. 경아의 휴대전화에 남은 흔적들, 그리고 의문의 문자 발신인의 도움을 받아 가며 수아는 조금씩 사건의 핵심을 향해 다가간다.
지난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박서련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경아는 수아보다 공부를 못했지만 키가 언니보다 크고 미모도 빼어나다. 무엇보다 활발한 봉사활동을 통해 ‘봉사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약 에스엔에스 스타가 되고 연예인급 ‘셀럽’(유명인)의 반열에 오른다. 교사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언니 수아는 그런 동생을 향해 애정과 질투가 버무려진 양가감정을 지닌다. “경아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기쁨과 슬픔과 열등감과 우월감과 애정과 경멸, 그 밖의 여러 감정으로 얼룩져 있다.”
한 살 터울 자매 사이의 육친애와 알력은 이 소설의 바탕에 깔려서, 추리적 재미와는 또 다른 긴장과 동력을 제공한다. 작가는 성경 누가복음 한 대목을 책 앞에 제시하고 소설 본문에서도 그에 관한 설명을 곁들인다. 예수가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언니인 마르타가 손님들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마리아는 예수 앞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마르타가 마리아더러 제쪽으로 와서 음식 장만을 도와달라고 하자 예수가 마르타를 나무랐다는 이야기다.
“신데렐라의, 콩쥐의, 마리아의 자매는 나쁜 사람으로 기록된다. 선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자에게는 악하고 게으르고 시샘이 많은 자매가 있다.”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에 대한 예수의 태도가 그렇듯, 수아와 경아 자매의 관계도 겉보기와 달리 복합적이며 미묘한 결을 지니고 있다. 수아가 경아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과정은 그런 자매 관계의 몰랐던 진실을 확인해 가는 과정과 포개진다. “그다지도 그 애를 사랑했다”는 수아의 고백은 그런 과정을 모두 거친 뒤에 나온 것이어서 무게감과 신뢰성을 지니게 된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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