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스튜어트 지음, 이승연 옮김, 이상헌 감수·해제/이음·1만2000원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드물다. 그러나 이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매튜 스튜어트는 <부당 세습>에서 ‘9.9%’의 책임을 묻는다. 하위 90%의 몫을 ‘가로채온’ 상위 0.1%가 아니라 “90%로부터 자원을 뽑아내어 0.1%로 옮기는 깔때기 형태 기계를 작동시키는 직원 노릇”을 해온 9.9%가 문제라는 것이다. “특권 사회의 공모자”인 신흥 엘리트 계급 9.9%야 말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움직임을 봉쇄하는 핵심적 문제 계급이라고, 스튜어트는 고발한다. 동시에 자신 역시 9.9%에 해당한다고 고백한다. “나를 포함한 이 계층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했다고 말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귀족 계층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거나 “새로운 귀족 계층인 능력자 계층은 다른 사람들의 자녀를 희생양으로 삼아 부를 축적하고 특권을 대물림하는 오래된 술책을 터득했다”는 대목에서는, 최근 한국사회를 밑바닥부터 뒤흔들고 있는 ‘조국 사태’마저 떠올리게 한다. 물론 미국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만의 문제일까? ‘9.9%’라는 통계적 엄밀성의 문제보다 정치적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감수·해설한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의 설명이다. 9.9%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다른 이들에게로 확대하는, 평등의 확대 과정”에서 개혁세력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9.9%를 견제하고 압박하고 현명한 사회적 선택을 하게 하는 힘은 90%에서 나온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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