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요정 안녕달 지음/책읽는곰·1만4800원
대개 소중한 것을 한 번쯤 버려본 경험이 있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다. 있을 곳이 빤한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고, 불현듯 ‘아, 설마 그때 쓰레기에 섞여서?’ 하는 경험 말이다. 온갖 오물이 뒤섞여 있을 쓰레기봉투를 뒤질 생각에 암담할 때면 ‘누가 짠~ 하고 찾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 법하다. ‘쓰레기통 요정’은 그런 존재다.
책읽는곰의 새 책 <쓰레기통 요정>의 주인공 요정은 무지갯빛 귀여운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쓰레기 더미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외친다, “소원을 들어 드려요!” 하지만 출신 때문일까? 사람들은 놀라 달아나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쓰레기통 요정이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다. 설정에 걸맞게 소원은 ‘쓰레기통’ 안의 범위에서만 이루어 준다. 예컨대 드디어 양복을 갖춰 입은 한 남자가 “하늘에서 돈이나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첫 소원을 털어놓자, 요정은 온 쓰레기통을 뒤져 10원짜리 동전을 눈처럼 뿌려 준다. 남자의 얼굴은 물론 일그러진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잃은 어떤 이에게 쓰레기통 요정은 지니 못지않은 존재이기도 하다. “엄마가 버렸대”라며 엉엉 울고 찾아온 아이에게 요정은 온갖 쓰레기를 뒤져 여기저기 기운 낡은 곰 인형을 드디어 찾아낸다. 지금 이 아이에게 이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까. 우리 쓰레기통 요정은 아이에게는 기쁨을, 그리고 독자에게는 쓰레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선사한다.
<쓰레기통 요정>이 이야기만 매끄럽고 탄탄한 책이라고 하긴 어렵다. 더 큰 매력은 그림에 있다. 이야기의 분위기와 맥락에 맞게 작가는 실제 버려진 영수증, 서류 봉투, 과자 상자, 공책 등을 그러모아 잘게 찢어 장마다 채웠다. 로또 복권 조각으로 채워진 양복 남자의 배경, 삐뚤빼뚤 일기장 조각으로 채워진 아이의 배경 등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난다. 여기에 반투명한 기름종이로 쓰레기 봉투를 본떠 만든 표지의 아이디어도 기막히다. 이 책은 <수박 수영장> 등으로 유명한 안녕달 작가의 첫 콜라주 그림책이기도 하다. 3살 이상.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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