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
시인 겸 소설가 송기원(58)씨는 전남 보성의 장터 출신이다. 흥과 한이 어우러진 장터의 풍물과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성장했다. 그의 시와 소설에서 인간적 훈기와 향취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성장 배경 탓이 클 것이다.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이룸)은 그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서울과 수도권의 맛집과 맛골목을 탐사한 책이다. 피맛골과 남대문 갈치조림 골목, 인사동과 삼각지, 신촌 대학가의 식당가처럼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집들도 등장한다. ‘뒷골목’이라는 말의 어감에서 짐작되다시피 화려하거나 비싸지 않은, 서민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만한 식당과 메뉴를 주로 소개한다는 것은 이 책만의 특색이다.
터무니없다 싶을 정도로 싸게 파는 식당 주인들은 음식과 사람에 대한 지극한 공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되다. 탑골공원 뒤편에서 한 그릇에 2500원짜리 설렁탕과 돼지머리국밥을 파는 팔순 가까운 노인은 자신이 어려서 하도 배를 곯았던 기억 때문에 남들을 배 불리 먹이고 싶다는 일념으로 식당을 열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영업합니다’라는 구호마따나 손님들에게 싼 값에 음식을 대접하느라 자신은 40년 넘는 식당 경영에도 여전히 셋방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생선가게에서 산 값에 양념값 ‘약간’만을 얹을 뿐 탄불에 구운 것은 원가 그대로 받고 팔 정도로 계산속이 없었던 공덕시장의 ‘멍청이 아줌마’, 종업원을 두면 값을 올려야 하겠기에 바쁜 대로 자신들의 몸으로 때우겠노라는 용강동 주꾸미집 주인 부부 들도 비슷하다.
늙은 복학생 시절 스승이었던 미당 서정주 시인과 함께 낮부터 ‘색시집’에 갔던 일을 아련하게 소개하는 것을 비롯해, 동료 문인들과 어울렸던 일화들이 흥미롭게 소개된다. 관철동을 배경 삼은 강석경 소설 <숲속의 방>, 유하 시집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와 이순원 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오정희 소설 <중국인 거리>, 윤흥길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의 작품 이야기도 음식과 함께 버무려져 맛을 돋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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