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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수리부엉이가 파출소에 잡혀 왔다

등록 2019-11-15 05:00수정 2019-11-15 20:57

닭장 습격해 11마리를 해치운 죗값은 과연…
실화 바탕 동화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 되새겨

문의파출소
홍종의 글, 서미경 그림/국민서관·1만3000원

“나이는 몇 살입니까?” “사는 곳은 어디입니까?”

경찰관이 붙잡혀온 도둑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 달 동안 무려 11마리의 닭을 덮쳐서 잡아먹은 혐의. 죄명을 씌운다면 재물손괴죄. 도둑을 생포해서 넘긴 양계장 할아버지는 명백한 증거라며 주머니에서 닭털을 한 움큼 꺼낸다. 용의자는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커다란 두 눈만 멀뚱멀뚱. 꼼짝없이 죗값을 치를 판이다.

국민서관 제공
국민서관 제공

그때 돌연 경찰 수사는 할아버지로 향한다. “더 큰 죄를 저지른 할아버지도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애지중지 키운 닭들을 잃어버린 것도 억울한데, 도둑까지 잡아 온 할아버지를 왜?

닭 도둑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천연기념물 제324호 수리부엉이. 멸종위기종으로 귀하신 몸이다. 졸지에 죄의 무게는 역전됐다. 천연기념물을 잡아들여 야생동물 보호법을 위반한 할아버지. 법대로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경찰관들을 고심에 빠뜨린 이 사건,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까?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국민서관 제공
국민서관 제공

<문의파출소>는 청주 대청호 주변에 자리한 문의파출소에서 실제 일어난 신기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생각 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똥바가지> <털실 한 뭉치> 등을 낸 홍종의 작가의 맛깔난 글과 서미경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만나 따스한 동화로 재탄생했다.

올 2월 밤마다 닭을 해치우던 수리부엉이가 자루에 담겨 파출소에 넘겨지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는데, 농장주는 애초 천연기념물이니 해치지 않고 억울한 마음을 호소하고 보상받을 길을 찾으려던 마음이었다고 한다. 문의파출소는 동물보호단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 농장주와 수리부엉이 사이를 중재하는 훈훈한 합의를 끌어내 화제가 됐다.

트랙터를 몰고 와 수리부엉이를 고발한 할아버지의 순박한 분노와, 잡혀 온 수리부엉이를 가엽게 여기는 파출소 이웃 슬이, 주민들의 치안에 애쓰며 대청호 주변 밤샘 순찰을 하는 성실한 경찰 모습이 어우러져 책은 푸근한 사람 냄새를 전한다.

높은 산에 서식하는 보기 힘든 수리부엉이가 왜 민가로 내려왔을까? 배를 곯는 새끼를 먹여 살리려는 엄마 수리부엉이의 절박한 ‘생활형 범죄’는 아닐까? 골프장 건설, 도로 확장, 택지 조성 등 개발로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숲과 습지에서 쫓겨난 생명의 먹이사슬을 무너뜨린 죄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돼지 열병 바이러스의 주범으로 내몰린 멧돼지를 살처분하는 현실 등 인간과 자연의 갈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다. 7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국민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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