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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월급시대의 종말, ‘현실적 상상력’은 기본소득

등록 2019-11-22 05:01수정 2019-12-01 17:18

소득의 미래

이원재 지음/어크로스·1만6800원

짐작건대, 누구나 우연히 이 책 제4장 ‘노동자가 필요 없는 기업들’부터 펼쳐들었다면 앞뒤 나머지 17개 장들까지 내처 읽어내려가게 될 성싶다. 20세기 생산·노동체제를 일군 헨리 포드가 등장한 뒤 책 <면화의 제국>으로, 이어 비스마르크와 베버리지보고서의 복지국가 근간을 관통하면서 ‘자본의 꿈’과 공장노동의 세계가 펼쳐지고, 로널드 코스의 <기업의 본질>이 기업조직과 시장 메커니즘을 간파하더니 이내 거대복합기업의 출현과 요즘의 숙박업체 에어비앤비까지 이른다. 대개 까칠하고 건조하기 십상인 소득·분배·일자리를 다룬 책치고는, ‘인간의 활동적 삶’을 설파한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까지 도달하는 등 꽤 ‘문명사적’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흥미롭다. 각 장마다 잘 짜인 ‘이야기’로 직조해 풀어가는 솜씨도 분명 희귀한 재능이다.

세간의 여러 경제논평가와는 사뭇 다른 사회경제연구자라는 편이 적합할 ‘경제평론가’ 이원재는 지난 십수년간 대한민국 경제보고서에서 시작해 사회 신뢰, 사회 혁신, 사회정책 상상력 실험의 영역으로 점차 시야를 넓혀왔다. 지금 당도한 곳은 “월급으로 먹고사는 시대가 끝나”고 있는 21세기 지구 자본주의의 정치·사회적 선택으로서 ‘기본소득’이다. 저자는 우리 삶에서 일(노동)·일자리·기업·공장·소득에 걸친 발본적 변화상을 차근차근 스토리로 포착해가며 호소력 있는 ‘현실적 상상력’으로서 우리에게 기본소득을 자극한다. 세계화를 둘러싼 진보 지식인들의 20년 전 ‘오판’을 돌이키는 대목 등 책 곳곳에 언뜻언뜻 내비치는, 도식적 구획과 통념에 도전하는 차분하고 성실한 면모도 그의 분배실험 제안을 동의·지지하도록 이끄는 또 다른 미덕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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