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여주인공, SF 바람과 함께 ‘우르르’

[2019년 어린이·청소년책 결산]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대거 등장, 과학·범죄 등 장르물 약진
청소년소설 ‘페인트’ 인기몰이, ‘나는 바람이다’ 완간도 눈길

올해는 어린이, 청소년 책에서도 에스에프(SF)와 페미니즘이 강세를 보였다.

페미니즘, 장르문학 열풍 등 올해 한국 출판계의 흐름은 어린이책에서도 반영됐다. <망나니 공주처럼>(이금이 글, 고정순 그림·사계절)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젠 왕 지음, 김지은 옮김·비룡소) <할머니의 트랙터>(안셀모 로베다 지음, 파올로 도메니코니 그림, 김현주 옮김·한겨레아이들),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키스 네글리 지음, 노지양 옮김·원더박스) <축구왕 이채연>(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창비) <오, 미자!>(박숲 지음·노란상상) <노를 든 신부>(오소리 지음·이야기꽃) 등은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꿈과 일에 집중하는 씩씩한 여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강나래 엠디(MD)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창작물이나 그레타 툰베리 같은 주체적인 여성 실존 인물을 다룬 책들이 다수 출간돼 관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스무고개 탐정>(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비룡소) <코드네임>(강경수 지음·시공주니어)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길벗스쿨) 등 추리물·판타지물에 더해 에스에프(SF)가 약진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평행우주’를 믿는 소녀가 물리학자 할머니가 남긴 암호를 풀어가는 <우주로 가는 계단>(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창비), 우주를 설계할 수 있는 절대능력을 갖게 된 청소년의 이야기인 <현아의 장풍>(최영희 지음·북멘토)은 시장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받았다. 창비는 아예 내년부터 ‘영 어덜트 장르문학상’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미화 어린이책 평론가는 “교훈적 소재를 주로 다루는 한국 문학의 엄숙주의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책을 잘 안 읽는 어린이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안간힘으로 읽히기도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눈에 띄는 작품으로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 <페인트>(이희영 지음, 창비)를 지목했다. 창비 쪽은 “작품성이 뛰어나고 시장 반응이 매우 좋아 <완득이> <아몬드>를 잇는 청소년 베스트셀러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림책 시장은 어른 독자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했는데, 한평생 벌어질 일들을 100개의 장면으로 풀은 <100 인생 그림책>(하이케 팔러 지음,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사계절)이 단연 눈에 띄었다. 한미화 평론가는 “올해 완간한 김남중 작가의 <나는 바람이다>(전 11권·비룡소)는 한국에서 흔치 않은 뚝심있는 작품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온책 읽기’ 교육과정이 초등 3·4학년에서 6학년까지로 확대되면서 <푸른 사자 와니니>(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창비) <일수의 탄생>(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비룡소) <책과 노니는 집>(이영서 지음·김동성 그림·문학동네) 같은 작품성 뛰어난 책들이 역주행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어린이책 출판시장의 ‘큰손’인 학습물에선 과학분야가 특히 치열했다. 예스24의 김수연 엠디(MD)는 “인기 과학자 정재승이 기획한 뇌과학동화 <정재승의 인간탐구 보고서>(정재승·이고은 글, 김현민 그림·아울북)는 재미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김지은 엠디는 “학습물과 캐릭터를 결합한 <고(GO) 고(GO) 카카오프렌즈>(아울북)가 선풍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미래가 온다, 인공지능>(김성화·권수진 지음, 이철민 그림·와이즈만북스) <얼렁뚱땅 크리에이터>(최형미 지음, 지영이 그림·아르볼) <단톡방 귀신>(제성은 지음, 지우 그림·마주별)처럼 인공지능, 유튜브, 에스엔에스 이슈가 어린이책에도 스며들었다.

이주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