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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북 디자이너 이창재가 풀어낸 ‘디아스포라 자서전’

등록 2020-01-23 17:14수정 2020-01-24 02:40

기억과 기록 사이

이창재 지음, 노순택·안옥현 사진/돌베개·2만3000원

‘어느 북 디자이너가 읽은 책과 만든 책’이란 부제는 이 책의 정체를 오롯이 드러내지 못한다. 재미 북 디자이너 이창재가 쓴 <기억과 기록 사이>는 책에 관한 기억으로 풀어낸 디아스포라 인문학도의 자서전이다.

지은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출판부에서 25년간 책을 만들어왔다. 서울 남가좌동 단칸방에서 일 나간 엄마가 전날 밤 읽어준 내용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달달 외워버린 그림책 <파랑새>부터, 그가 한국에서 읽은 책과 미국에서 마주친 한국 책, 대학 출판부에서 일하며 만든 미국 책까지, 그의 생에 스며든 다채로운 책의 기억을 순탄치만은 않았던 삶과 세상 이야기에 녹여 단정하되 촘촘한 문장으로 풀어놓았다.

중학생 때 가족과 함께 시애틀로 이주했으나, 청년기에 재미 한인단체와 맺은 인연 덕에 모국의 ‘붉은 사상’ 세례를 받았으며, 문자 텍스트에 대한 생래적 애정으로 모국어로 쓰인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꾸준히 소화해온 글쓴이의 정신 편력은, 아마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음 직한 이야기꾼적 재능에 실려 잔잔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의 독서 이력은 시와 비평, 픽션과 논픽션, 문사철과 사회과학 등 거의 모든 문자 텍스트 영역에 걸쳐 있는데, 그의 글쓰기 역시 시적인 것과 산문적인 것, 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경계를 횡단하며 자유롭게 펼쳐진다. 조세희, 에밀 아자르, 님 웨일스, 밀란 쿤데라, 조지 오웰, 마르그리트 뒤라스, 최윤, 롤랑 바르트, 이태준, 김석범…. 먼지를 쓰고 삭아가는, 지금의 나를 만든 작가들의 그 책들을 끄집어내, 오래된 고민과 사유의 흔적들을 되짚어보고 싶게 만든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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