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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수상한 공장에 초대받았는데…

등록 2020-02-07 06:00수정 2020-02-07 10:33

초조함 공장
흥흥(김흥식) 글, 정현진 그림/씨드북·1만2000원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우영이가 다니는 학원에 쓰인 글귀다. 열 살쯤으로 보이는 우영이는 학원을 세 곳이나 다닌다. 엄마는 우영이가 학원을 세 개밖에 안 다니는 거란다. 옆집 은서는 학원을 네 개나 다닌다면서. 엄마 눈에는 다른 집 아이들은 늘 ‘뛰고’ 있다. 그러니 학원 세 개 중 어느 하나도 끊지 못한다. 혼자 멈추면 뛰는 아이들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우영이 엄마만의 초조함은 아닐 테다. 선행학습 나이가 점점 내려간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거대한 사교육 시장의 볼모가 되는 현실. 아이의 놀 권리는 빼앗기고 있다. 그러나 경쟁의 쳇바퀴는 굴릴수록 점점 무겁고 커진다.

씨드북 제공
씨드북 제공

씨드북의 시리즈 ‘수상한 공장’ 1권인 <초조함 공장>은 동심의 여백을 없애고 학습을 강요하는 현실을 각성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초조함을 여유로 바꿔 파는 공장이 있다. 우영이가 의문의 초대장을 받은 날도 학원 숙제에 짓눌려 낯빛이 어두웠다. 버스에 실려 안내받은 ‘초조함 공장’은 매연 대신 꽃향내가 나고, 직원들은 여유롭기 짝이 없다. 바닥에 누워 책을 읽거나 해먹에서 잠을 잔다. 그러나 공장 안에는 초조함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쉼없이 돌아간다.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들어 ‘여유’를 사도록 하는 것이다. 공장수칙을 보자면, 시간이 한정돼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멀리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일만 보게 만들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초조함 공장의 농간에 걸려든 것인가? “여유로움은 꼭 돈을 주고 사야 해요?” 우영이의 질문에 답이 있다. 네모상자 골판지로 만든 책걸상 교실 등 입체로 만든 공간 안에 종이인형처럼 오려낸 캐릭터를 붙여 디자인했다. 입체감과 평면감이 뒤섞인 그림이 수상한 공장을 엿보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씨드북 제공

씨드북 제공
씨드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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