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란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소멸을 향해 마지막 항해 중”인 엄마의 죽음 과정을 들여다본 이 책을 읽고 나면 “자는 듯이 죽었다는 게, 축복인 것을 온전히 알겠다”는 작가의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편집장을 지낸 권혁란 작가는 구순의 엄마가 요양원과 병원에서 보낸 시간을 “짯짯이” 기록해냈다. 착하고 정 많았던 엄마가 병이 든 채 환청과 환시를 동반한 ‘섬망’ 상태에서 분노를 드러내는 모습은 ‘존엄하지 못한 죽음’을 목격하게 될 신호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에 두들겨 맞은 나이 든 몸”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무력하기만 하다. 생생했던 엄마의 모습은 찰나일 뿐 책엔 끊어질 것 같으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숨을 붙들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담겼는데, 지난한 고투를 지켜보는 시선에 몰입이 되는 건 누구든 겪게 될 소멸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는 간병을 하며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문제를 피하지 않고 그려낸다. 수술동의서를 쓰면서, 사설 응급차를 부르면서, 연명치료를 이어가면서 작가가 느낀 막막함을 간접경험하며 독자는 자신이 당면할 죽음들을 어떻게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될 듯하다. 김민정 시인은 “끼고 있던 슬픔이라는 장갑을 벗고 그 손으로 수저를 들어 밥을 먹게 하는 이야기”라고 추천사를 썼다. 실제로 엄마를 보살피면서 살기 위해 무언가를 먹는 작가의 행위들이 인상에 남는데, 환기된 미각은 죽음과 대비되며 비감을 딛고 다시 나아가는 삶에 대해 음미해보게 한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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