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은진 지음/민음사·1만3000원 장은진(사진)의 소설집 <당신의 외진 곳>은 사회적 지위가 불안정한 젊은이들의 흔들리는 삶을 주로 그린다. 지난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표제작 ‘외진 곳’의 자매가 대표적이다.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을까?” 소설 도입부에서 화자의 동생은 언니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가 말하는 ‘여기’란 소설 제목이기도 한 외진 곳의 셋방, 소설 속 표현을 빌리자면 “중심에서 먼 변두리” “어둡고 냄새나는 구석 자리”이고, 자매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은 모종의 사기에 걸렸기 때문임이 곧 드러난다. 그러니 이 질문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신세 한탄과 사기범을 향한 원망과 분노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매가 원래 살던 원룸의 절반 크기인 이 방은 ‘ㅁ’ 자 집을 개조해 만든 셋집의 아홉 개 방 가운데 하나.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실은 공용이다. 자매는 각각 어린이집 보육 교사 보조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일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얇은 창호지 문과 창문을 뒤흔드는 바람을 보며 “가진 게 없다고 협박을 받는 기분”을 느끼거나, “아직 젊어 만만하게 보고 실패와 좌절이 이토록 자주 찾아오는 걸까”라는 상념을 곱씹는 장면에서 자매가 놓인 곤궁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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