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사계절·1만7000원 “살면서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은 그저 이해되어야 할 뿐이다. 이해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두려움은 줄어든다.” 지은이가 인용한 마리 퀴리의 이 말을 증명하듯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은 이해의 폭을 넓혀, 막연히 가졌던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걷어내는 데 유용하다. “누구도 장애인의 욕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들릴 리도, 보일 리도, 인식될 리도 없고 그렇다면 존재할 리 없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들의 욕망은 꼼꼼하게 봉인된 채 외부 세계가 그 해제를 사력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한 지은이는 ‘장애인의 성과 사랑’에 대해 비켜 가지 않고 직진해 들어간다. 대만 저널리스트 천자오루는 장애인들과 그들의 부모, 돌봄노동자, 사회복지사, 인권단체 활동가 등이 전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여러 쟁점을 펼쳐놓는다. 쟁점마다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목소리들은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적 장애인이 성에 대해 이해할 능력이 있을지, 성교육을 하는 것이 외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당사자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이에 대해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에게서 사랑을 할 권리,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족을 이루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함부로 박탈할 수 없기도 하다. ‘장애인’이기에 욕망을 추구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손쉽게 여겼던 건, 지은이의 말마따나 우리의 “빈약하고 창백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자문해보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러다 그들의 자유로운 결정을 지지하게 될 즈음이면 세상의 인식 변화와 복지 시스템의 확충을 갈망하게 된다. 모두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지적 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잘 키워내는 것을 보면, 행복한 가정에 관해서는 유일한 각본이 있는 게 아니며 이는 우리에게 “서로 다른 인생의 풍경을 인식할 기회를 준다”는 지은이의 말은 의미 깊다.
청각·시각을 잃은 남자 ‘영찬’과 척추장애를 지닌 여자 ‘순호’의 사랑 이야기. 영화 <달팽이의 별>(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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