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거리
인도 다람살라에는 오랜 전통의 점성술 연구소가 있습니다. 17세기 5대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에 처음 점성술과 의학을 가르치는 연구소를 설립했고 1961년 14대 달라이 라마가 망명정부 부근에 이 연구소를 다시 세운 겁니다. 티베트 점성술은 환생 린포체를 찾는 데도 쓰인다고 합니다.
미래예측가로 더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점성술이나 타로카드 점치기 등을 비합리적 행위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예측 기법들을 보면 우연이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며 인정하는 듯 말하죠. 게다가 직관이나 예지력의 비밀을 인간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입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역사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지금 벌어지는 일들에 휘말리지 않으며 이성적으로 점검하는 자만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며 행동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겁니다.(<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 한국어판 2018)
새책으로 나온 여성을 위한 점성술책 <퀴어 별점>을 재미로 보았더니 (물론 모두 여성은 아닙니다만) 책지성팀 기자 넷 중 둘은 ‘퇴폐적인 감각주의자’라는 천칭자리, 다른 둘은 ‘타락 기술 전문가’라는 물고기자리, ‘유쾌한 짐승’이라는 사수자리였습니다. 터무니없다며 배꼽을 잡기도 하고 누군가는 딱 맞는 것 같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마감의 긴장을 조금 풀어내기도 했지요.
저는 별점이나 점술의 예언에 크게 영향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쾌활하고 즐겁게 살며 적개심을 줄이고 아량을 넓히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이런 저도 한가지만은 정확하게 예언할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죽음으로 간다는 것을 오늘도 기억하고 운명과 삶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메멘토 모리, 아모르 파티(Memento Mori, Amor Fati).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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