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어크로스·1만7800원 현대 인류에게 “음식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흘러넘쳐서 괴롭힌다. 속이 텅 빈 풍요다”. 음식사를 연구한 역사학자인 비 윌슨은 담배나 술 혹은 각종 유해물질보다도 음식이 더 큰 사망 요인이라고 개탄한다. 2015년에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700만명, 알코올은 330만명인 데 비해 ‘식이 요인’에 의한 사망자는 1200만명에 달했다.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가 식습관이다. 과거 수렵채취인들은 음식을 쫓아다녔으나, 현대인들은 음식에 쫓기고 있다. 윌슨은 그 이유의 큰 몫이 대규모 식품 기업과 상술을 용인하는 정부라고 결론 내린다. 현대 가공포장식품뿐만 아니라 유기농이라는 자연식품 역시 기업의 마케팅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업은 무조건 많이 팔아야 하고, 이 때문에 음식 환경도 격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접시 등 용기의 대형화이다. 온갖 다이어트 비법, 날마다 등장하는 슈퍼푸드 등도 지은이에게는 현대인들을 강박하는 극단적 음식문화일 뿐이다. 지은이의 해답은 간단하다. 식생활에서 균형과 다양성을 찾으라는 것이다. 가공이 덜 된 식품, 견과류와 씨앗류, 콩류, 생선, 다양한 채소 등을 권한다. 현대인에게서 무너지는 탄수화물 대 단백질의 비율을 복구하라고도 조언한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서 1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오래된 그릇을 쓰자(옛날 그릇들이 작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자, 먹고 싶은 음식의 요리법을 배우자 등이다. 윌슨이 책에서 제시하고 설명하는 현대인의 음식문화를 살펴보면, 우리가 음식을 놓고 날마다 얼마나 기괴한 제의를 벌이는지 실감하게 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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