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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추사가 유배지에서 부친 19세기 ‘한글 편지’

등록 2020-02-28 05:00수정 2020-02-28 09:12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
정창권 지음/돌베개·1만7000원

‘발신자’ 추사 김정희가 33살(1818년) 무렵 아내 예안 이씨에게 보낸 여러 통의 편지는 무심한 ‘수신인’으로부터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다. “그 사이에 인편이 있었으나 편지를 못 보오니 부끄러워 답장을 아니하여 계시옵니까? 심란한 일이 많으니 염려가 놓이지 아니하오며 온갖 생각이 극심하옵니다. (…) 당신이 멀리 계시니 엎드려 생각하는 마음이 서운하기 끝이 없사옵니다. (…) 당신은 편히 있어 이런 생각도 아니하시고….” 신영복이 감옥에서 형수·계수씨에게 쓴 엽서들에 담긴 정신·역사·윤리에 대한 ‘사색’은 아니지만, 유배지 제주에서 쓴 편지들은 서정과 애상의 어조를 띠고 있다. 흡사 우리가 보고 들어 친근한 소월의 시편들을 닮았다.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는 현재까지 발굴된, 조선 명필 추사 집안 사람들이 쓴 18~19세기 한글 글씨(편지) 85통(추사가 아내·며느리에게 보낸 40통 포함)을 전한다. 유배지에서 “이 천리 바다 밖에 있는 나의 마음을 위로할 것이오니”라고 보낸 편지는, 그러나 여름이 다 가도록 편지 한 통 오지 않자 “여름 석 달이 다 지나되 소식이 연달아 막히니” 하며 약간 서운한 어투로 바뀐다.

저자가 한글 고어를 현대어로 바꾸면서 편지 내용을 한편의 일화나 콩트의 연속처럼 만들어 곁들인 ‘편지 독해’도 흥미롭다. 가령 이런 것이다. “추사는 지난번 편지에서 불현듯 자기 혼자만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은근슬쩍 아내에게 핀잔을 준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이번에는 돈 이야기를 꺼내면서 짜증스런 어투로 야단을 친다.… (1829년 4월 아내에게 쓴 편지는) 지난해 기녀 죽향과의 염문 사건 때문인지 문투가 한층 공손하게 느껴진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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