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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원고더미 위 ‘직업적 소명이자 가장 외로운 일’

등록 2020-03-06 06:00수정 2020-03-06 10:17

편집가가 하는 일: 도서편집의 세계
피터 지나 엮음, 박중서 옮김/열린책들·2만2800원

‘일반 비소설’ 부문에 속하는 대다수 책은 저자 머리말에 “이 책은 누구누구 편집자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부류의 상투적인 헌사를 불문율처럼 남기기 마련이다. <편집가가 하는 일>은 블룸스버리프레스 발행인 피터 지나를 비롯해 영미 출판계에서 평생을 일해온 현직 편집가 26명(대부분 발행인 혹은 편집 이사로, 퓰리처상 수상작품 편집경력 보유)이 기고한 글 26편을 엮었다. 피터 지나는 ‘감사의 말’에서 헌사 대신에 말한다. “훌륭한 편집가란 사무실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나서도 원고와 교정지를 집에 가져가 밤마다, 주말마다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밤에 사무실을 나서는 편집가들은 버스좌석에 앉자마자 또 저녁식사 뒤 소파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밤늦게까지 원고를 읽고 여백에 코멘트를 적어두는 직업인들이다.

소설·일반 비소설·아동서·회고록·학술서·참고서 분야를 망라해가면서 원고 발굴·확보에서 텍스트 개발·교정(이른바 ‘연필편집’) 및 발행·판매까지 편집출판 업무 실제의 여러 ‘현장’ 측면과 사례를 모자이크식으로 포착하고 있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근원적 요소는 “공구 제작자나 재단사처럼 저자에게 유용하되 독자의 눈에는 띄지 않기를 목표로 삼는” 그들의 ‘열정과 끈기’다. “훌륭하고 오래가는 작품은 파악하기 힘든 성질이 하나 있는데 나는 이것을 ‘곡선미’라고 부른다. 내가 맡은 임무는 작가가 그 곡선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다. 원고를 가공해 위력적인 책으로 변모·도약시키기 위해 저자의 옆구리를 은근히 쿡 찌르기도 하고, 때로는 손에 들어온 초고를 얼마나 오만하고 냉정하게 잘라내고 또 덧붙이라고 권장하는지….”(매트 웨일랜드 W. W. 노턴출판사 선임편집가)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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