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애 지음/문학동네·1만7000원 20세기 가장 비극적 삶을 산 지식인이자 가장 뛰어난 지성 중 한 명이었던 발터 베냐민(1892~1940)을 꾸준히 연구해온 독문학자 윤미애 교수(서원대)가 내놓은 단독저서다. <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 앞머리에서 지은이는 지금까지의 연구서와 “조금이라도 다른” 베냐민을 보여주려고 궁구했고 그 답을 “산책자의 사유”에서 찾았다고 밝힌다. 책은 베냐민의 단행본 <일방통행로>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와 단편 ‘보들레르의 몇 가지 키워드에 관하여’ ‘보들레르의 작품에 나타난 제2제정기의 파리’ ‘사진의 작은 역사’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등 중요 텍스트를 검토하며 그의 사상을 안내한다. “걸으면서 생각하기”라는 사유법을 택했던 베냐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이들은 작가 프란츠 헤셀, 영화비평서와 사회학적 연구서를 펴낸 전방위적 지식인 지크프리트 크라카워, 시인 샤를 보들레르였다. 베냐민은 파사주(passge·통로), 만국박람회장, 실내, 거리, 바리케이드 등 파리의 장소 및 건축공간을 거닐며 과거와 생생하게 맞부딪힌다. 도시산책자는 수동적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인 경험을 중시했고 “갇힌 신체와 감각의 해방”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베냐민이 추구한 바는 실험적 사유였다기보다 “정치적 행위”와 “역사적 경험”으로서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책은 베냐민의 글쓰기, 19세기 부르주아 실내공간을 바라보는 관점, 베를린의 유년시절 회상과 도시 속 공간 분석, 영화와 사진의 도시 재현에 대한 철학적 성찰 등을 아우른다. 고고학자가 발굴하듯 도시를 거닐며 “아주 꼼꼼한 탐사”를 시도했던 베냐민처럼 지은이 또한 그의 텍스트를 철저하게 읽으며 사상의 지층으로 향하는 진입로를 연다. 또한 베냐민의 사상에서 너무 일관성을 찾아서도 안 되지만 파편화를 지나치게 강조해서도 안 된다며 그 사유의 저변에 깔린 역사철학적 성찰과 정치적 요소를 잊지 않도록 당부한다. 간간이 보이는 베냐민에 대한 오해와 진실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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