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기와집을 거닐다
박선주 지음. 다른세상 펴냄. 9800원
박선주 지음. 다른세상 펴냄. 9800원
인터뷰/<하늘 아래 기와집을 거닐다> 쓴 박선주씨
“집은 3차원으로 느껴야 합니다.” 평면도를 왜 빼놓았느냐는 까탈을 단박에 우문으로 만들었다. <하늘 아래 기와집을 거닐다>(다른 세상 펴냄)는 옛집과 말을 트고 지내온 박선주(42)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연서다. 글로 가둠이 두려운 터에 3차원을 2차원으로 축소·고정하는 행위가 당키나 하겠는가.
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 고방, 행랑채. 중문으로 들면 안마당과 본채. 대청, 안방, 건넌방. 그리고 액자처럼 보이는 뒤란, 장독대. 뒤쪽 조붓한 길로 이어지는 사당. 한옥을 단순화하면 그럴 터이다.
“한옥 하면 기와 이미지가 워낙 강해 비슷할 것 같은데, 막상 들어가서 살피면 아주 달라요. 들창, 들문 형식으로 공간이 가변적이고 밖의 자연변화를 집으로 끌어들여 철마다 달라요.”
안부를 물어야 할 건물, 돌아서면 다시 그리워지는 종택 등을 꼽아보니 22곳이다. 담양 소쇄원, 추사 고택, 양동의 관가정, 향단, 서백당, 하회마을, 구례 운조루, 선교장 등 널리 알려진 곳 외에 정읍 김동수 가옥, 논산 윤증고택, 영덕 갈암종택, 괴산 김기응 가옥, 의성 김씨 종가집 등이 포함됐다.
집의 기품이 당기는대로 걸음을 옮기며 눈과 손으로 어루만지고 잠시 앉아 멀리 시선을 두면서 곱씹은 상념을 적었다. 들어앉은 모양새, 실과 실의 배치와 이어짐, 사용한 자재 등을 살펴 집주인의 품격과 사상을 엿보았다. 학봉 김성일이 설계했다는 의성 김씨 대종가는 사랑채 안채의 배치, 동향 본채, 높낮이 다른 대청, 2층 구조, 회랑으로 연결된 공간, 서가 배치 등이 워낙 기이해 백지상태로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전통 가옥에 대한 정보는 많아요. 그런데 조각이나 오브제와 같은 전시물로 보도록 유도한 측면이 강해요.” 집은 살아 있는 생명체여서 참관자 아닌 참여자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과 골목 등 주변을 살펴라 △집 안에서 밖을 보라. △잠시 동안이라도 집주인이 되어보라. 그가 제시하는 집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특히 대문에서 집안으로 들어가는 시간보다 역순의 절차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을 주문했다.
소개된 22곳 가운데 9곳이 비어 있거나 홈스테이로 쓰인다면서 한때 3~4대가 북적이던 공간이 삶과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나머지 13곳도 어르신 사후 집을 지켜나갈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박 연구사는 민가가 자연조건과 생업과 밀접하게 관련돼 지역특성이 강한 반면 대부분의 반가는 건축주가 서울서 낙향해 세운 탓에 건축주의 철학과 가문의 지향점이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상도 집이 연결의 묘미를 가졌다면 전라도 집은 문절과 화합을 기초로 한다는 것. 집눈을 뜨려면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에 다만 자신의 이 계통 이력이 20년이라고만 말했다. 여러 곳을 많이 다니거나, 한 곳을 여러 번 가보는 방법이 있다면서도 자신은 어느 집이라도 갈 때마다 새롭다고 말했다. 집이 시샘할까 저어하는 듯. “처음에는 그저 많이 보는데 욕심을 냈어요. 종가의 전통행사에 참여해 2~3일 머물며 관찰하면서 집이 삶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사람들 동선, 각각의 방에서 이뤄지는 일과 관련해서 평면이 이해되더라고요. 그전에는 껍데기만 봤던 거죠.” “소개 안되고 방치된 채 없어져가는 옛집을 답사하고 기록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그는 점 찍듯 알려주면 점으로 이해하지 않을까를 염려했다. 천천히 자연과 더불어 이야기를 가진 생명체로서의 집을 또 강조했다. 대문없는 집이라고 느껴서일까. 책을 인쇄하면서 빠졌다는 ‘서문’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소개된 22곳 가운데 9곳이 비어 있거나 홈스테이로 쓰인다면서 한때 3~4대가 북적이던 공간이 삶과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나머지 13곳도 어르신 사후 집을 지켜나갈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박 연구사는 민가가 자연조건과 생업과 밀접하게 관련돼 지역특성이 강한 반면 대부분의 반가는 건축주가 서울서 낙향해 세운 탓에 건축주의 철학과 가문의 지향점이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상도 집이 연결의 묘미를 가졌다면 전라도 집은 문절과 화합을 기초로 한다는 것. 집눈을 뜨려면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에 다만 자신의 이 계통 이력이 20년이라고만 말했다. 여러 곳을 많이 다니거나, 한 곳을 여러 번 가보는 방법이 있다면서도 자신은 어느 집이라도 갈 때마다 새롭다고 말했다. 집이 시샘할까 저어하는 듯. “처음에는 그저 많이 보는데 욕심을 냈어요. 종가의 전통행사에 참여해 2~3일 머물며 관찰하면서 집이 삶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사람들 동선, 각각의 방에서 이뤄지는 일과 관련해서 평면이 이해되더라고요. 그전에는 껍데기만 봤던 거죠.” “소개 안되고 방치된 채 없어져가는 옛집을 답사하고 기록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그는 점 찍듯 알려주면 점으로 이해하지 않을까를 염려했다. 천천히 자연과 더불어 이야기를 가진 생명체로서의 집을 또 강조했다. 대문없는 집이라고 느껴서일까. 책을 인쇄하면서 빠졌다는 ‘서문’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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