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지음/위고·9900원 종횡으로 뻗은 직선으로 구획돼 메모지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 바탕엔 연필 한 자루가 놓여 있다. 연필을 집어 들고 책 제목처럼 ‘아무튼, 메모’ 하기를 청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의 28번째 주제는 ‘메모’다. 누구나 한 번쯤 “메모해둘걸” 아쉬워해 본 적이 있을 텐데, <한겨레>에 연재하는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글로 독자와 만나온 정혜윤 시비에스(CBS) 라디오 피디가 ‘메모’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지은이는 과거에 쓴 메모 노트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해도, 그 메모들이 “지금의 내 삶과 관련이 깊다”고 밝힌다. “당시 노트에 쓴 것들이 무의식에라도 남아”서 “어느 날 무심코 한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으며 그것이 자신이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 짐작한다. “메모는 자기 생각을 가진 채 좋은 것에 계속 영향을 받으려는 삶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말하는 지은이의 메모장을 살짝 들춰 보인 2부엔 고래, 꿈, 몸, 채식, 장애 콘도르, 조선인 전범 등 자유분방하게 확장해나간 사유가 담겼다. ‘아무튼’이라는 부사가 지닌 일면 단호한 뉘앙스와 달리 <아무튼, 메모>는 ‘자신만의 메모를 해보자’는 부드러운 권유처럼 느껴진다. 메모하는 것만으로 우리가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나조차도 알아보지 못할 급히 휘갈겨 쓴 글씨들, 수없이 반복된 질문들, 물음표 물음표, 그 물음표 뒤에 수많은 대답들. 그러나 그 노트에는 발돋움을 하면서 돌파하려는 한 인간이 살아 있다”는 지은이의 말은 공감을 일으킨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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