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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이니치 문학을 끌어안기 위하여

등록 2020-03-13 06:00수정 2020-03-13 10:37

일본의 이단아: 자이니치 디아스포라 문학
김응교 지음/소명출판·2만7000원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예술 활동이고, 그 때문에 그 범주와 경계를 나누는 데에도 언어가 결정적인 잣대가 된다. 그러나 국문학자인 김응교(사진) 숙명여대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와세다대 객원교수를 지낸 일본통인 그는 재일동포 작가들이 일본어로 쓴 작품도 과감하게 한국문학의 범주로 끌어들이자고 주장한다. 새로 낸 연구서 <일본의 이단아: 자이니치 디아스포라 문학>에서다.

‘자이니치’란 재일동포를 가리키는 ‘재일’(在日)의 일본어 표기. 김응교 교수는 “‘재일’이라는 용어 자체에는 이미 한반도 중심으로 대상을 바라보겠다는 의식이 내재해 있”다며 “그들 스스로를 지명하는 ‘자이니치’라는 용어가 차별과 소외를 표상하는 디아스포라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용어”라 판단한다. 이와 함께 그는 “외국어로 썼다 하더라도, 디아스포라로서 모국을 그리워하며 동포가 쓴 작품은 우리 문화에 뿌리 두고 있기에, 우리 문화의 자산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192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자이니치 디아스포라 작가와 작품을 시대순으로 살피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한다.

가령 한국(조선)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1940년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김사량의 단편 ‘빛 속으로’를 보자. 이 작품은 물론 일본어로 쓰였으며 일본의 문예지에 처음 발표되었지만, 이름·지명·도시 유람 등의 묘사를 통해 “시대적인 문제며 민족의 문제, 그리고 근대 대중성의 문제까지” 담아냈고 그런 점에서 김사량은 한국문학의 일부로 포함시켜야 함은 물론 “한국, 일본, 북한, 중국 등 국제적인 시각에서 다시 연구해야 할 작가”라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광수와 주요한, 서정주 등 일제 말 한반도의 작가들이 일본어로 쓴 친일시는 물론이고 재일동포 작가들이 일본어로 쓴 작품들 역시 한국문학에 포함된다고 그는 본다. “에헤이요~/ 에히헤이요/ 내가 일본에 왔을 때는/ 돌투성이 자갈밭이었다/ 무너뜨린 산의 흙을/ 뼈가 짓눌리도록 손수레에 실어/ 나르고 나르고 또 날라/ 내가 만든/ 내 밭이다/ 에헤이요~”라는, 1970년대 재일동포 작가 종추월의 시 ‘술멍석’은 “한국의 민요 리듬을 일본시에 채용”함으로써 “오사카 사투리와 제주도 방언이 만들어낸 변방의 노래가 되었다.” 이렇게 자이니치 디아스포라 문학을 한국문학의 일부로 삼음으로써 “한국문학을 아시아문학 나아가 세계문학과 비교해 보는 문학사 서술”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은이는 본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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