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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낙태한 여성이 모두 감옥 간다면?

등록 2020-03-13 06:00수정 2020-03-13 10:41

곤 gone 1
수신지 지음, 윤정원 천지선 감수/귤프레스·1만4800원

결혼한 여성이 며느리로서 겪게 되는 일상적인 성차별과 부당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 화제가 된 만화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가 인터넷에 연재한 신작 <곤 1>이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이번 작품은 낙태죄가 여성을 관리하려는 국가의 인구정책이자 가부장적 기획이었다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내 전작보다 역사성과 사회성이 더욱 강하게 보인다.

이야기의 배경은 낙태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가상의 대한민국이다. 국가는 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이 제정된 1953년 당시 만 13살이던 어르신부터 현재 만 13살에 이르는 모든 여성에게 인공 낙태 검사(IAT·Induced Abortion Test)를 실시한다. 한 번이라도 인공적으로 임신중단을 한 여성이라면 무조건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가가호호 방문 검사가 진행되면서 친정엄마에게 아기를 맡기고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노민형, 결혼 뒤 계획에 없던 아이를 배게 된 노민아, 캐나다 어학연수를 앞두고 꿈에 부풀어 있을 때 여자친구의 임신을 알게 된 노민태 세 남매는 각자 고민에 빠진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엄마는 수십 년 전 했던 낙태 때문에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갈 위기에 처한다. 반면 아빠는 남자기 때문에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하는데….

수신지 작가는 2018년 말 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의 불합리함을 접하고 여성에게 기울어진 돌봄노동의 문제까지 그려보겠다는 결심으로 작품을 기획했다. 책 말미 ‘작업일지’에서 그는 여성의 몸을 전쟁터로 만드는 국가와 사회의 잣대에 대해 깊이 고민했음을 보여준다. 낙태는 ‘태아의 생명 존중’이 아닌 국가의 인구정책이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수신지 작가는 낙태 문제가 여성 몸의 자기결정권, 가부장제, 재생산, 돌봄 등 많은 의제와 연관되어 있으며 결코 끝나지 않은 사안임을 밝힌다.

귤프레스 제공
귤프레스 제공

작가는 국가가 ‘가족계획’이란 명목으로 인구조절을 위한 ‘낙태버스’까지 만들어 여성의 임신중지를 장려하던 시기가 있었던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낙태죄 폐지에 나선 여성들이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고 구호를 외쳤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태아는 몇 주부터 생명일까요? 그래서 몇 주부터 유죄일까요? 우리는 이제 그 물음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수신지 작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는 8월 출간될 2권에서는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세 남매의 모습과 낙태죄에 대한 다양한 불합리한 지점을 함께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그림 귤프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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