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맥피 지음, 윤철희 옮김/마음산책·1만6000원 “시인은 때로 사물을 손안에 붙잡아 관찰하기도 하지만, 곧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그 사물들 위로 날아오른다. 플라톤주의자는 항상 사물에 밀착해 있으나 영원히 그들로부터 떨어져 있다.”(죄르지 루카치, <영혼과 형식> 중에서) 예술과 관계하는 두 유형의 인간, 곧 창조하는 예술가(시인)와 비평가(플라톤주의자)에 대한 루카치의 서술을, 나는 작가와 저널리스트를 가로지르는 존재론적이고 영적인 심연의 알레고리로 받아들인다. 글쓰기로 밥을 버는 저널리스트에게 작가는 선망과 질투의 대상인데, 이런 동경은 오래되고 보편적인 것이어서 근대 저널리즘의 출현 이래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작가와 그들 사이 가로놓인 심연을 건너뛰려 분투했다. ‘미국 논픽션의 대가’로 불리는 존 맥피 역시 그렇다. 그는 1965년부터 <뉴요커> 전속 기고가로 활동하며 서른 권이 넘는 저작을 냈다. 탄탄한 취재와 정교한 구성, 유려한 문체에 시크한 유머까지 겸비한 그의 글은 밀도 높은 정보뿐 아니라 현장의 감정과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다. <두려움 가득한 작업실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더 패치>는 국내에 처음 출간된 맥피의 저작이다. 원제인 ‘더 패치’는 지은이가 작은강꼬치고기를 즐겨 낚던 뉴햄프셔의 작은 수련 호수에 붙인 이름이자, 오랜 기간 여러 주제에 걸쳐 쓴 중·단편 논픽션을 조각보 붙이듯 배치한 이 책의 구성적 특질을 드러낸다. 개인적 체험을 녹여 쓴 낚시와 미식축구, 골프, 라크로스 관련 스포츠 에세이부터 작가와 뮤지션, 배우, 환경운동가 등 다채로운 명사들을 다룬 인상적 단평들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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