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
애니타 존스턴 지음, 노진선 옮김/심플라이프·1만6500원
이 책의 제목은 아프게 다가온다. 무언가를 먹는 일이 즐거움이 아닌 우울한 감정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비단 섭식 ‘장애’를 겪은 이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여성들에게 섭식 장애는 “매우 보편적인 증상”이라고 말한다. “선천적인 남성의 몸매(넓은 어깨, 좁은 엉덩이, 가느다란 허벅지, 납작한 아랫배)”가 “이상적인 여성의 몸매”가 돼버린 우리 사회에서 다이어트나 운동을 반복하며 여성들이 몸무게에 끝없이 집착하는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다.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섭식 장애 치료 전문가인 애니타 존스턴은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를 통해 강박적으로 음식을 먹거나 거부하는 행동 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이 무엇에 ‘허기’를 느끼는지 찾아내도록 이끈다.
지은이는 ‘우리 내면의 여성성’을 긍정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이성’에 밀려 주목받지 못한 ‘감정’이나 ‘직관’을 무시하지 않고 자기의 몸 상태와 내면을 살피며, “음식과 몸무게에 대한 집착이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섭식 장애를 이용했을 뿐”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론 섭식 장애가 그들 자신을 살아남게 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고심하는 인생의 진짜 문제들을 외면’한 채 “진짜 허기, 진짜 갈망의 정체를 밝혀내지 않는 한” 온전히 회복될 수 없기에 앞으로 더 나아가도록 독려한다.
책은 무의식이 담긴 ‘꿈’을 스스로 해석함으로써 자기 탐색을 할 수 있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됐던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함으로써 정신적 허기를 채워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 모든 길엔 정해진 답이 있지 않다. 책장을 넘길수록 자신의 힘을 부정하지 않고 자기표현을 해나가는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무기력한 상태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실감하게 되지만, 지은이는 세계 각국의 신화, 민담이나 동화를 재료로 소담한 밥상을 차려내며 스스로 수저를 들어 자신의 행위 이면을 살피게 한다.
지은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낼 때 “자긍심과 자신감”이 올라가기에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굶거나 과식하는 경향”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섭식 장애를 겪는 여성들뿐 아니라 때때로 공허함을 느끼며 자기혐오에 빠지는 이들에게 이 책은 “나 자신과 내 감정을 바라보고” 헤아려 자신에 대한 공감에 이르게 돕는다. “여성이 자기 존재의 한가운데 도달하면 내가 누구인지 깨달으면서 타인들 혹은 자신이 규정해 놓은 자아상을 놓아버린다. 잊히거나 버려진 자신의 일부분을 회복해 온전한 자아를 만들어 나간다.” 음식과 왜곡된 관계를 맺었던 여성들에게 이 책이 영혼의 포만감을 맛보게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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