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자유
김인환 지음/난다·1만4000원
문학평론가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의 산문집 <타인의 자유>는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의 저서 <러시아혁명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언론과 결사의 자유 없이 특정 정파의 견해만 통용되는 혁명 직후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 교수의 산문집에는 “진정한 사랑은 타인을 타인으로 인식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나오는데, 여기서 ‘인식’이란 타인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타인의 자유>는 글쓴이의 폭넓은 관심사와 방대한 독서량을 보여준다. 25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의 책에서 그는 니체와 동학, 기독교와 불교, 서양 중세 철학과 데리다, 릴케와 랭보, 기본소득과 모던 팝, 라캉과 황현산 같은 다채로운 주제를 다룬다. 타인의 자유에 관한 로자의 신념을 한국 고유의 ‘화백 민주주의’와 짝짓고,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동학 주문의 해설”로 풀이하는 것은 김 교수의 너른 독서와 깊은 사유의 결과일 것이다.
연전에 작고한 평론가 황현산은 그의 학교 동료이자 가까운 벗이었다. 이번 산문집에 실린 한 글에 따르면 황현산은 대학 시절 철저한 문학주의자였지만 80년 5월 이후 “광주는 그에게 세상의 척도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학의 기준이 되었다.” 이어지는 문장이 흥미롭다. “나는 한편으로 그의 상처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의 변화를 안타깝게 여긴 적이 없지 않았다.” 공감과 안타까움을 편견 없이 껴안는 태도, ‘타인의 자유’의 한 표현이라 하겠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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