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
이재열 지음/사이언스북스·1만5500원
목이 따끔따끔 아프고 열이 났던 어느 날. 코로나19에 걸렸나 두려웠던 적이 있다. 선별진료소에 가려다 참아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다행히 나아졌다. 남들은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 내 몸에 코로나19 항체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겼다. 인류는 코로나19를 이길 수 없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체념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권력자>는 바이러스와 공존하기를 막연히 상상하는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비롯한 미생물에 관한 상식을 전해주는 과학에세이다. 지은이 이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생명과학부)는 바이러스보다 작은 바이로이드를 검출하는 기술로 박사학위를 받은 미생물 전문가. 1997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은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미생물에는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이 있다. 술을 만드는 효모는 ‘뜸팡이'라고 불리는 곰팡이다. 인간의 장에서 박테리아는 대장균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감기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책을 따라가면 인간과 미생물은 언제나 어디서나 공생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눈으로는 잡히지 않는 0.01㎜ 이하의 생물, 미생물의 세계엔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영역이 많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가 무섭다고 한없이 도망갈 수만은 없다”며 “우리가 먼저 할 일은 여러 병원균이 가진 특별한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생물을 아는 만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는 의미일 테다. 인류는 ‘보이지 않는 권력자’와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도 될까. 미생물을 알아가는 일부터가 그 시작이지 않나 싶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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