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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위안부는 고수익”…‘반일종족주의’ 저자들 또 ‘역사 도발’

등록 2020-05-12 05:00수정 2020-05-12 08:48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발간 내용 보니…

“위안부는 고수익…징용판결 원고들은 거짓말”
‘고수익 위안부’ 사례라던 문옥주씨 사례는 ‘후퇴’
역사학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2·3차 가해”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대표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승만학당 교장·오른쪽 둘째)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저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저자 박상후, 정안기, 김용삼, 이영훈, 김낙년.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자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대표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승만학당 교장·오른쪽 둘째)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저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저자 박상후, 정안기, 김용삼, 이영훈, 김낙년.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자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해 한차례 ‘역사 왜곡’ 소동을 일으켰던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이 또다시 ‘역사 도발’을 감행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은 최근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발행일 5월16일)을 펴내고 11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제징용은 없었다’, ‘위안부는 고수익’ 등의 기존 주장을 재차 반복했다.

이번 책은 2019년 7월 <반일종족주의>가 출간된 뒤 역사학자들이 토론회와 단행본, <한겨레> 등의 지면을 통해 제출한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모은 것으로, <반일…>의 주요 저자인 이영훈 전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 기존 6명 저자에 더해 차명수 영남대 교수와 박상후 <문화방송> 전 베이징 특파원(현재 <월간조선>·펜앤드마이크 객원칼럼니스트)까지 가세했다.

집필자 수는 늘었지만 내용은 <반일…>의 주장을 반복한다. ‘반일종족주의’는 이 전 교수 등 저자들이 ‘일본을 원수로 보고 온갖 거짓말을 만들어내 퍼뜨리는 한국인의 집단심성’을 가리키며 새로 만든 말이다. <…투쟁>에서 저자들은 “좌파세력이 보인 반응은 이 나라가 종족주의 사회라는 우리의 가설을 증명해주는 수준”이며 “역사학계 본진 역시 침묵하였다”면서도 강성현·윤명숙·정혜경 등 진보사학계의 비판을 소개하고 반박하는 식으로 내용을 재구성했다. 진보사학계에서 이미 반박한 내용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일본군 ‘위안부’가 고수익?

△일본군 위안부 △전시 동원 △독도 △토지·임야조사 △식민지 근대화 등을 주제어로 삼은 이번 책은 특히 일본군 ‘위안부’와 ‘전시 동원’ 문제에 방점을 찍었다. 일본군 ‘위안부’ 부분을 쓴 이 전 교수는 “일본군 위안소는 후방의 공창제에 비해 고노동, 고수익, 고위험의 시장”이었다며 “위안소와 위안부 영업이 고수익이었음은 부정하기 힘들다”고 적었다. 일본군 ‘위안부’는 민간의 ‘공창제’가 단순히 역사적 가부장제의 연장선 속에서 일본의 전시 군사적으로 동원된 것일 뿐이었다고 풀이한 것이다.

이에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아 이들 주장의 진위 여부도 문제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2차, 3차 가해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미투 흐름에서 이들의 주장을 보면 명백한 혐오 발화”라고 비판했다. “다만 전작에서는 위안부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위안부 영업이 고수익이었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는 수준으로 한발 물러섰다”고 말했다. 또 “1944년 이후 일본이 송출금을 어렵게 했기 때문에 위안부가 많은 돈을 벌었다는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문제를 두고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교수는 지금까지 위안부로서 고수익을 거둔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해온 문옥주씨에 대해 “유예조치가 언제 풀렸는지 알 수가 없는데 문옥주씨는 그걸 찾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거짓말?

‘강제징용·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집필자들은 종래의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우연 연구위원은 책에서 “징용은 명백한 강제였다”고 인정하면서도 ‘강제징용’이라는 표현이 사실을 왜곡하는 허구적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노예사냥’의 이미지를 덧칠하기 위해서 “징용은 그 자체로 강제인데도 굳이 ‘강제’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은 2015년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사실을 인정한 대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이 위원은 “그 시대의 큰 흐름은 ‘로망’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신문명과 고임금의 기회를 찾아 일본으로 밀려드는 조선인의 거대한 물결이었다”고 <반일종족주의>에서 한 주장을 반복했다.

더 나아가 이 전 교수는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30일 신일철주금에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한 판결에 대해 한국인 원고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원고들이 “‘월급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회사로부터 기망을 당했다’, ‘학대를 당했다’는 등 허위의 기억을 창출해’” 가족, 국가, 국제사회를 속이며 ‘거짓말의 행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저자들이 정부와 국민께 드리는 고언’이란 문건을 언론에 배포하며 “2018년 10월30일자 대법원 판결은 기본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법리에도 맞지 않는 부실한 판결”이라며 “정부가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체주의 비판하며 이승만·박정희 높이기?

이 전 교수는 역사학은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면서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공(公)은 귀하고 사(私)는 천하다’며 개인 자유를 억압하여 패망한 조선왕조의 부정적인 정신 유산이 문재인 정부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보다 사회를 앞세우는 전체주의”가 지금 정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번 책의 발행일이 5월16일로 박정희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날짜와 동일하다는 사실, 이번 책의 부록으로 이승만의 업적을 높이는 소책자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 등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한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통치를 긍정하려는 강한 정치적 의도 또한 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고명섭 선임기자, 최윤아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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