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91년생 젊은 작가 샐리 루니의 두번째 소설 <노멀 피플>은 2018년 권위 있는 맨부커상의 예비후보(롱리스트)에 올랐고 비비시(BBC) 드라마(
사진)로 제작되어 4월 말부터 방영 중이다. 소설은 아일랜드 북서부 소도시의 중등학교 동창인 메리앤과 코넬의 사랑과 이별을 축으로 삼아 진행된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자신들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과 여건 때문에 거듭 이별을 택하게 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갑돌이와 갑순이> 노래를 떠오르게도 한다.
“그들은 같은 터의 토양을 공유하며, 서로 가까운 곳에서 자라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몸을 구부러뜨리며 어떤 자리를 차지한 두 그루의 작은 나무들 같았다.”
열일곱살 어린 미혼모로 코넬을 낳아 키운 엄마 로레인은 메리앤의 대저택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한다. 메리앤은 동급생 가운데 가장 똑똑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왕따’ 처지. 게다가 어머니와 오빠도 그에게 매우 적대적이고 폭력적이다. 메리앤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성적이 좋은데다 운동도 잘하고 외모도 출중한 코넬은 남녀 친구들 사이에 두루 인기가 높다. 어머니와도 친구처럼 허물없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한다.
어머니의 일터인 메리앤의 저택을 드나들던 코넬은 학교에서와 다른 메리앤의 매력을 확인하고, 메리앤의 고백을 계기로 둘은 연인 관계로 나아간다. 그렇지만 그들이 몇번인가의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던 어느 순간 코넬은 메리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계급적 배경이 무척 다른 것 같아.” 이 사실을 그가 그제서야 알아차렸다는 뜻은 아니겠다. 메리앤은 짐작도 하지 못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그를 향한 코넬의 사랑을 수시로 가로막는다. “세상을 현실로 만드는 핵심은 돈이다. 돈에는 무언가 너무나 부도덕하고 섹시한 데가 있다.”
가족 내에서 메리앤이 겪는 폭력과 학대는 또 다른 사랑의 장애물로 다가온다. 메리앤은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좋은 환경에 있지만 그의 내면에는 “존재의 구덩이”라 할 공허가 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든 사랑받을 만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로부터 비롯된 자기비하와 탕진이 코넬과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소설은 “몇 년 동안 줄곧 서로를 놓아줄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연애와 성장, 상처와 변화를 극적으로 그리며 사랑과 계급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프레카리아트의 제인 오스틴’ ‘더블린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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