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남을 주 무대로 불의한 권력에 저항한 민중들의 역사를 되새긴 책이 나왔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는 현대사에 굵직한 상흔을 남긴 5·18 광주민중항쟁을 비롯해 1970~80년대 전라도에서 벌어진 다양한 투쟁과 87년 6월항쟁 등을 살폈다. 박정희 집권기 관제화된 농협의 실상을 파헤친 함평 농민들의 투쟁과 72년 10월유신 선포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낸 전남대 교수·학생들의 시위 경험은 동시대 광주·전남 지역의 민중에게 축적되며 80년 5월로 이어졌음을 저자는 차근히 서술한다. 책에 담긴 투쟁엔 고단했던 민중의 이야기가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오월 시민들의 파괴된 삶을 마주할 땐 가슴이 뻐근해진다. 그러나 저자는 상처를 직면하면서도 각각의 항쟁이 품은 생기를 복원해내는 데 공을 들였다. ‘나를 만든 현대사, 그날의 함성 속으로’란 부제에 담겼듯 당시의 함성에 담긴 기운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각각의 항쟁을 “당대에는 좌절로 보였지만 역사 속에서 승리와 환희로 승화시킨 경험들”로 주목했기 때문일 터.
책은 계엄군에 대항해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진 한 덩어리의 목숨”이 된 오월 시민들과 열사가 된 ‘들불야학’의 주축 인물들, 전라도를 대표한 정치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굴곡진 인생을 소환하기도 한다. 저자 이혜영은 당시의 현장을 직접 찾아 과거의 역사를 환기시킨다. 곁들인 지도를 보며 역사의 현장을 더듬어가다 보면 “지금의 우리를 만든 바로 엊그제의 역사”가 생생히 다가온다. 5·18 40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이 당시의 함성에 대한 뜨거운 메아리가 될 듯하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