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아마존 밀림이 사라지는 위기 상황은, 우리 동물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위기 상황이야. 물론 사람도 포함되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은 마치 예외인 것으로 여기는 것 같더라.”
<동물이라서 안녕하지 않습니다>는 ‘안녕하지 않은’ 동물들이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책이다. 벼랑 끝으로 몰리는 동물들의 문제가 ‘나’와 관련돼 있을 수 있고, 결국 동물만의 문제로 끝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 동물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진다.
동물들은 “우리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다”라고 외치며 좁은 철창에 갇혀 계란 생산만을 강요받는 닭부터 농장 개발과 광물 채굴 등으로 집을 잃는 오랑우탄·고릴라, 버려지는 반려견까지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의 사연을 전한다. 모두 ‘나’와 관련 없는 일일까? 오랑우탄은 말한다. “내가 집을 잃는 것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라면과 관계가 있어.” 라면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팜유를 얻기 위해 사람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열대우림을 불태우고, 팜나무 농장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오랑우탄과 수많은 동식물이 삶의 터전을 잃거나 목숨을 잃는다.
생태계 파괴가 동물을 거쳐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는 상황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를 침범할수록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등의 온갖 감염병이 세계를 휩쓸고, 지구온난화로 동물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다는 ‘동물들의 경고’는 외면하기엔 너무나 심각한 ‘현재의’ 문제다. 책은 마지막 장까지 지구 위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오래된 진실’을 읽는 이에게 전하려 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동물문제에 대한 대중적 글쓰기를 꾸준히 해온 동물복지 활동가 이형주와 수의사·질병생태학자 황주선이 친절한 설명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려 한다. 다양한 그림도 이해를 돕는다.
동물들이 인간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지금의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내용이다 보니 책에는 ‘물음표’가 곳곳에 찍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읽힌다. 책 속 엄마와 아기 북극곰의 대화 한 토막에 찍힌 물음표에 우리는 언제쯤 답을 할 수 있을까. “엄마, 빙하가 다 녹으면 우리 어떻게 되는 거죠?“(아기 북극곰) “글쎄. 그 전에 사람들이 해결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도 우리처럼 갈 곳 없는 신세가 될거니까.”(엄마 북극곰) 초등 1학년 이상.
이승준 <한겨레21>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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