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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설가 김소진, 대학시절 쓴 시 ‘함경도 아바이’ 찾았다

등록 2020-05-25 17:42수정 2020-05-26 02:04

서울대 대학문학운동협
1985년 4·19 행사에서
4학년생으로 발표하고 낭송

함경도 월남민 아버지 소재
“초기 소설로 이어지는 작품”
소설가 김소진. <한겨레> 자료사진
소설가 김소진. <한겨레> 자료사진

소설가 김소진(1963~1997)이 습작기였던 대학 시절에 쓴 시 한편이 발굴되었다.

새로 발굴된 김소진의 시는 ‘함경도 아바이’라는 제목으로, ‘대학문학운동협의회’가 1985년에 펴낸 행사 자료집 <4월혁명과 통일문학>에 실려 있다. 서울대의 단과대별 문학회들이 헤쳐 모여 만든 대학문학운동협의회는 1985년 4·19를 맞아 창립 기념식을 겸한 행사를 마련했다. ‘4월혁명과 통일문학’이라는 큰 제목 아래 치러진 행사에서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채광석이 초청돼 ‘4월혁명과 통일지향 문학운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20쪽 남짓한 행사 자료집에는 대학문학운동협의회 창립취지문과 권두 논문, 벽시운동의 전개를 위한 시론 등과 함께 창작시 난에 영문과 4학년 김소진의 작품 ‘함경도 아바이’가 실렸다. 김소진의 습작기 시가 확인된 것은 1984년 서울대 영문과 학회지 <생성>에 실렸던 ‘조명’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함경도 아바이가 앓아누운 방 한구석엔/ 창문을 관통하며 뻗은 오랜만의 봄 햇살 따라/ 눈부시게 차오르는 먼지들의 산란한 반사가”로 시작되는 ‘함경도 아바이’는 전체 2연 40행짜리 작품이다. “천원짜리 지폐만 가득가득 챙기면/ 고향에 갈 수 있겠거니 생각한 우리 함경도 아바이/ 그러면서도 못 벗어나는 평생 가난 속에/ 가지도 못하는 그눔의 고향”이라는 대목에서 보듯 함경도 출신 월남민인 김소진 자신의 아버지를 소재로 쓴 작품이다.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작인 단편 ‘쥐잡기’를 비롯한 그의 초기 단편들에서 핵심적인 탐구 대상으로 등장했던 월남민 아버지의 모습을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윤대석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서울대기록관에 보관된 자료집 <4월혁명과 통일문학>에서 확인해 문학평론가인 정홍수 강출판사 대표에게 제공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서울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김소진의 동갑 친구이자 그의 소설집 여러권을 펴낸 바 있는 정홍수 대표는 “신춘문예 당선작을 비롯한 김소진 문학의 뿌리가 월남한 아버지 이야기였는데 이 시는 장르는 다르지만 그런 초기 소설들로 바로 이어지는 작품”이라며 “특히 시리다는 뜻을 지닌 강원도 사투리 ‘시거운’은 철원 출신인 작가 어머니의 말투를 보여주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민중문학을 지향했던 대학생 시는 대체로 관념적이기 십상이었는데, 김소진의 이 시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가난과 분단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역시 서울대 국문과 출신 동갑 친구이자 대학문학운동협의회에도 김소진과 함께 참여했던 시인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는 “1984년에 전두환 정권이 이른바 유화 조처를 취하면서 대학에서 학생회도 부활하고 단과대별로 흩어져 있던 문학회를 한데 모아 대학문학운동협의회를 만들고 행사를 치렀던 것”이라며 “당시 소진이는 인문대 대표 격으로 창작시 발표와 낭송자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소진의 1주기를 맞아 1998년에 나온 산문집 <아버지의 미소>에 재수록된 ‘조명’은 다소 모호하고 관념적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확인된 ‘함경도 아바이’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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