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교수의 <마르크스와 한국경제>
인터뷰/<마르크스와 한국경제> 쓴 정성진 교수
“마르크스주의를 모두 다 싸잡아 역사의 쓰레기통에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모두가 새로운 걸 추구한다고 나서고 있죠. 마르크스주의는 충분한 비판 뒤에 버려졌는가라는 물음은 떨칠 수 없었고 그렇잖은 버림은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오늘 한국경제의 구조와 모순을 분석한 <마르크스와 한국경제>(책갈피 펴냄)의 저자 정성진 경상대 교수(49·경제학)는 10일 ‘지금 왜 다시 마르크스 경제학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자본이 세계 구석구석에 전파돼 자본의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것 같기에 그런 현실의 ‘개량’에 더 많은 눈을 돌리는 시대에 왜 마르크스주의일까? 이런 궁금증 때문에 옛것의 부활 자체가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책이다. 여기에 실린 몇 편의 글은 국내외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에서 토론과 검증을 거친 것이며, 또 몇 편은 진보 진영 안에서 한국사회의 성격 논쟁, 1997년 경제위기 원인 논쟁 등을 불러일으킨 글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노동가치, 잉여가치율, 이윤율 저하 경향 같은 마르크스주의 용어들은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다. 거기에서 직접 한국경제의 진단이 나왔다. 예컨대, 그는 ‘97년 경제 위기’의 원인과 관련해 금융위기설을 부정하고 1986~96년에 이미 이윤율 저하가 뚜렷했음을 확인하며 “1997년 위기는 단순한 금융 위기가 아니라 자본축적의 구조적 모순이 심화한 결과”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그래서 97년 이후에 심화한 신자유주의의 본질은 ‘금융주도 축적체제’가 아니라 “이윤율 회복을 위한 국내외 자본의 공세”이며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경제적 종속의 심화”다. 금융주도 축적체제는 현상의 하나일 따름이란 얘기다. 그래서 97년 이후는 노동계급에게 ‘87년 체제’의 붕괴이며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주체로서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형성이다.
이런 결론은 그에게 중요하다. “오늘 진보 진영에 요구되는 것은 금융화론자들처럼 ‘나쁜 자본주의’를 ‘좋은 자본주의’로 대체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금융적·군사적 제국주의의 지배와 자본주의 착취 체제 그 자체를 거부하는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투쟁과 연대하는 것이다.”(42쪽)
이 책의 밑바탕을 이루는 건 트로츠키주의다. 그는 트로츠키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버림받은 마르크스주의는 스탈린주의였을 뿐, 고전 마르크스주의와는 관련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맥을 이은 트로츠키주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의 주장을 따르면, 스탈린주의는 마르크스나 레닌과는 관련이 없는 ‘위로부터의 국가자본주의’였을 뿐이며, 트로츠키주의는 ‘노동자의 자기 해방’과 ‘아래에서 일어나는 혁명’을 잇는 마르크스주의다.
그는 진보 진영에도 스탈린주의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사회 성격’ 논쟁과 관련해 한때 진보 진영을 뜨겁게 달궜던 옛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도 그런 비판의 대상이다. “독점자본론으로 본다면 그 대안은 ‘반독점’일 수밖에 없지요. 그건 근본문제보다는 독점 구조의 해체에 더 눈을 돌리게 하는, 근본문제의 회피입니다.”
그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근본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세계화 시대에 경쟁이 심화하고 노동 착취가 격화하는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대안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지요.” 정 교수는 “세계화에 반발한 1999년 ‘시애틀 투쟁’ 이후에 다시 마르크스로 돌아가자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일면서 여러 대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는 데 이 책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 이어 그가 지지하는 트로츠키주의를 본격 조명하는 두번째 책의 저술을 계획하고 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그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근본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세계화 시대에 경쟁이 심화하고 노동 착취가 격화하는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대안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지요.” 정 교수는 “세계화에 반발한 1999년 ‘시애틀 투쟁’ 이후에 다시 마르크스로 돌아가자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일면서 여러 대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는 데 이 책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 이어 그가 지지하는 트로츠키주의를 본격 조명하는 두번째 책의 저술을 계획하고 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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