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밀문서의 최초 증언: 한국전쟁과 집단학살
김기진 지음. 푸른역사 펴냄. 2만5000원
김기진 지음. 푸른역사 펴냄. 2만5000원
한국전쟁 기간과 그 전후에 우리땅에서 벌어졌던 한국정부와 미군, 인민군의 민간인 집단학살을 확인해주는 미국쪽 기밀문서들의 자료집으로 출간됐다.
2000년부터 한국정부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추적해 <끝나지 않은 전쟁- 국민보도연맹>(2002)을 펴냈던 <부산일보> 기자 김기진(탐사보도팀장)씨가 이번엔 미국문서기록관리청과 국제적십자본부 등에서 민간인 학살에 관한 공식기록을 찾아내 <한국전쟁과 집단학살>(푸른역사 펴냄)를 냈다. 그가 미국과 스위스에서 1년 동안 찾아낸 6천여장의 공식기록들 가운데 학살과 직접 관련된 자료들만을 간추렸다.
주로 군 정보(첩보) 보고서와 작전일지, 그리고 미국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 기록이 대부분을 이루는 이 자료들은 그동안 가해자와 생존자들의 증언과 유해 발굴을 통해 알려진 국민보도연맹 등 집단학살을 확인해주는 공식문건들이다.
“한국정부가 집단학살을 지시했다” “(예비검속을 통해) 위험한 공산주의자들이 모두 체포돼 처형됐다” “(제주에서 700명을 예비검속한 뒤) 거의 매일 밤 산속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따위의 여러 정보보고 기록들, 미군 장교가 마산의 산기슭에 있는 4개의 동굴에서 300~500구의 주검을 발견했다는 미군 기록들은 한국전쟁 초기에 몰아닥친 ‘학살의 광기’를 보여준다. 또 대전·대구·부산 형무소에서 일어난 한국정부의 조직적 집단학살, 미군쪽의 네이팜탄 폭격에 의한 집단학살과 포항 여남동 피란민 함포사격 사건, 인민군에 의한 집단학살들에 관한 기록들도 포함됐다.
김씨는 “2005년 12월1일 마침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해 민간인 학살문제도 국가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며 “위원회의 활동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절반은 약간의 해설이 곁들여진 우리말 번역 자료로, 나머지 절반은 영어 원문의 자료들로 채워졌다. 자료들은 국내엔 처음 공개되는 미국 정부의 공식기록들이기에 현대사 연구의 사료로 쓰일 만한 가치를 지닌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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