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세금을 얼마나 걷어 어디에 써야 하나. 이 물음에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지를 둘러싼 논의가 담겨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지출이 늘고 기본소득은 정치이슈가 됐다. 아울러 증세논쟁이 본격화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민주시민에게 세금에 대한 앎은 필수교양이 됐다.
<세금이란 무엇인가>는 세금의 본질과 쓰임을 넘어 조세의 역사를 훑고 통찰까지 전하는 교양서다. 세금의 본질은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강제로 떼어가는 돈이다. 특히 세금을 내도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국가에 청구할 수 없다. 세금이 미움을 받는 이유다. 그럼에도 부패한 관료가 자의적으로 세금을 거둔 옛날과 달리, 현대의 조세체제는 법이 규정하고 있다. 19세기 말 영국과 프랑스의 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은 10%에 못 미쳤는데, 20세기 들어 4배 정도 늘었다. 현대국가는 세금을 거둬 공공안전, 국방, 사법, 도로, 학교, 공중 보건 등을 보장한다.
책에는 세금에 대한 통찰도 나온다. 세금을 납부하는 법적 의무를 지는 이와 실질적으로 세금을 내는 이가 다를 수 있다는 연구가 소개된다. 기업이 세금을 더 내게 돼도,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면 실제로 세금을 내는 이는 노동자가 된다는 주장이다. 식료품에 영세율을 적용해 부가가치세를 없앨 경우 혜택은 빈자가 아니라 부자에게 간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지은이 스티븐 스미스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민이 세금을 이해할수록 조세와 관련한 공적 결정을 잘 내릴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이 책을 썼다. 우리가 세금을 잘 알게 되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책을 덮으니 이 물음이 남았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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