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 곳곳의 빌딩 옥상에는 꿀벌들이 산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옥상에도 90만마리의 꿀벌이 부지런히 일한다. ‘원산지: 국회’ 표를 단 올해 첫 수확 꿀 300㎏은 대구에 파견된 코로나 의료진들, 국회 곳곳을 쓸고 닦으며 코로나로부터 한국 정치를 지키는 미화 인력들에게 나누어졌다. 이미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 프랑스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 하우스, 일본 도쿄 긴자의 빌딩들에 벌통이 놓였고,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던 때 백악관 정원에선 미셸 오바마가 벌을 쳤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진다.” 전세계 농작물 75%의 수분을 책임지고 있다(세계식량기구 인용)는 이 작고 부지런한 일꾼의 등에 인류 구원의 숙명까지 얹고서야, 인간의 도시는 하늘 한켠을 내주었다.
도시는 의외로 꿀벌이 살기 좋은 곳이다. 곳곳 작은 공원들이 있고, 대기는 건조하다. 대량살포된 농약도 없다. 도시양봉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웃을 설득하는 것, 그리고 녹지와 접한 옥상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술 마신 다음날 꿀물을 마시면서도 꿀벌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지은이는 호기심에 도시양봉을 시작했다가 ‘주인도 못 알아보는’ 벌과 사랑에 빠졌고, “부동산과 생태, 공동체 문제”에도 눈을 뜨게 됐다. “도시 빈민이 옥탑으로 모여들듯 벌들도 도시의 옥상에 모여든다.” <달콤한 나의 도시양봉>은 “옥상 난간에서 고담시를 내려보는 배트맨처럼” 오연하고도 달콤한 사랑 고백이다. 벌을 사랑하면, 꽃을 피우는 세계를 사랑하게 된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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