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30℃가 넘는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예고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50년 뒤 서울은 여름이 1년 중 절반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사하라 사막과 같은 불볕더위에 살게 된다는 충격적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에 우리는 이미 도착해 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코백 안에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정도로 괜찮은 걸까. ‘도시생활자를 위한 에코-프렌들리 일상 제안’이라는 소제목이 적혀 있는 이 책은 일종의 실천 가이드다. 환경친화적 삶을 위한 지침서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우선 문턱이 낮아서 읽는 이의 마음이 편하다. 당장 고기를 끊고 냉장고도 내다 버리라는 제안, 구도자의 삶을 방불케 하는 엄격한 실천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싶어지는 고난도 실천강령이 아니다.
지은이는 스스로 완벽한 실천가가 아님을 인정한다. 그는 비건이 아니라 ‘비건 지향’임을 밝히고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승용차도 구입했음을 밝힌다. 지구에 해를 입히지 않는 성분이 물건을 사는 중요한 기준임에도 현저히 떨어지는 기능을 감수하면서 친환경 색조 화장품을 고르지는 않는다. “삶에 너무 많은 제동이 걸리는 경험을 하며 어느 순간 에코 라이프와 욕망 사이 밸런스를 맞추게 됐다.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더 큰 실천을 평생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소 물을 아끼려고 빠른 샤워를 하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반신욕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 허용하는 삶이 더 많은 실천 에너지를 북돋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요가 강사인 지은이는 함께 야외에서 요가를 하면서 명상, 친환경 마켓, 비건 베이킹 등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커뮤니티 ‘나투라 프로젝트’를 3년째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등 욕실 제품을 향기별로 열다섯병 올려놓고 쓰던 ‘소비인간’이었다. 직장생활과 연애 등 개인생활이 꼬이며 찾아온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모든 걸 멈춰세웠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쌓여 있던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물건을 팔면서 단순한 삶을 지향하게 됐다. 취미 삼아 하던 요가 수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가치관뿐 아니라 말하고 행동하는 삶 전체에 변화를 가져왔다.”
책에는 누구든 부담없이 시작할 만한 구체적인 실천방법들이 나온다. 대나무 칫솔, 옥수수 칫솔, 사탕수수 칫솔, 재생플라스틱 칫솔 등의 사용후기는 제품을 고르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된다. 텀블러가 포도나 방울토마토 같은 건강 간식의 보냉함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응용 아이디어다. 텀블러나 에코백 하나를 수백번 이상 써야 환경보호효과가 있다는 건 쉽지만 자꾸 잊어버리는 진리다. 어느새 패션이 되어버린 에코백을 몇개나 가지고 있는지 세어보며 슬그머니 민망해진다.
지은이는 “한명의 완벽한 실천보다 여럿의 잦은 지향이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을 만든다”고 말한다. 고기 없는 밥상을 생각할 수 없다던 남편이 일주일에 하루 이틀 채식을 시도하고, 비닐로 겹겹이 음식을 싸서 주던 엄마가 다회 용기를 쓰는 변화들.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실천을 제안하고 격려하는 이어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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