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연극 향한 열정으로 격동기 헤쳐온 두 연인

등록 2020-06-26 06:00

파르티잔 극장

손홍규 지음/문학동네·1만4500원

ⓒ 박재홍
ⓒ 박재홍
손홍규(사진)의 장편 <파르티잔 극장>은 1930년대 말에서 6·25 전쟁에 걸치는 격동기를 연극과 무대를 향한 열정으로 건너온 두 연인의 이야기다. “지금의 자신이 아니라면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하던 여린 여자아이” 희수와 “모든 삶은 언젠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연극을 택한 소년 준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희수의 어머니 최현서는 “신파극에서 영화까지 두루 섭렵하여 세간에 얼굴이 널리 알려졌”으나 희수의 아비인, 고관대작의 아들로부터 배신과 내침을 당한 뒤 몸과 마음이 두루 상해 격리병동과 요양원을 오가는 처지가 되었다. 배우인 어머니와 역시 잘나가던 기생 출신인 이모의 영향으로 희수는 일찍부터 무대를 꿈꾸고, 그의 집 문간방에 사는 인력거꾼의 아들 준은 그런 희수를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지켜보며 모종의 운명적 예감에 사로잡힌다. “그가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 말해주는 그의 혀가 되고 싶다”고 준은 희수를 마음에 품고, 희수는 희수대로 “그에게 전무후무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들린다.

두 연인의 순수하고 간절한 사랑은 그러나 시대의 격랑 위에 얹혀 시련과 부침을 겪는다. 희수는 연극반 활동을 하는 한편 무용을 배워 특히 승무에서 재능을 발휘한다. 고보에 진학한 준은 문학반 선배를 통해 만담가 유선생을 소개받고 그와 함께 조선적인 극과 무대를 고민한다. “삶에 낙담하여 스스로를 깊이 증오하게 된” 희수 어미의 죽음, 방직공장 노동자였다가 모종의 조직 사건에 연루된 준 누이의 고문사, 딸을 고문한 경찰 간부를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자결을 택한 준 아비의 죽음 등이 이어진 끝에 겨레는 해방을 맞지만, 해방의 기쁨은 이내 분단과 전쟁의 비극으로 몸을 바꾼다.

희수와 준은 각각 인민군 문예중대와 지리산 유격대의 문화공작대 소속으로 전쟁을 치르고, 전쟁 상황에 따라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다. “그들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였고 이미 서로의 이야기가 되었으며 언젠가 무대 위에서 재현되거나 영사막에서 상연될 거였다”라는 작품 속 문장처럼,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싶은 소설이다. 영화 속 연극과 무용 공연 장면이 특히 기대된다. 월북한 만담가 신불출을 모델로 삼은 유선생을 비롯해, 박정희와 행적이 겹치는 만주군 박소위, 그리고 친일 문인 출신으로 “이승만의 총애를 받으면서 정당과 미군정청 사이를 이어주는 브로커 역할을” 했던 여성 시인 등 실존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쑬쑬하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