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
부운주 지음/동녁·1만3000원
“대머리가 되면 생기는 매력이 있답니다. 아십니까? 헤어(hair)날 수 없는 매력이랍니다.”
2017년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대표가 펼친 이른바 ‘아재개그’다. 이후 그는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한 말”이라는 머쓱한 해명을 내놔 더욱 비난을 샀다. 하지만 탈모를 유머나 비하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건 비단 안 대표뿐만이 아니다.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을 ‘머머리’라고 놀리거나, ‘마빡이’ 등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희화화하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은 전신탈모증으로 투병 중인 정신과 의사 부운주가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 에세이다. 그는 탈모증이 ‘사회적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탈모에 대한 비하와 조롱으로 인해 탈모증이 머리카락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존감 하락과 대인기피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의 글에선 머리카락의 부재와 사회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 두 차원의 ‘서늘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정점에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처럼 빠른 속도로” 탈모가 진행된 뒤, 그에게 머리 감는 일상은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학살”로 탈바꿈한다. 그의 가슴은 “쇠망치로 내려친 유리처럼 으깨져버리고” 그는 “시체처럼 늘어진 머리카락”을 보며 “아침마다 화장실 바닥에 공동묘지가 세워진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가 오직 하나라고 말한다. ‘탈모에 대한 인식 개선’. 고백하자면 묶기 어려울 정도로 머리칼이 풍성한 나는 그의 ‘서늘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사회가 그에게 두 번의 고통을 안겨주지 않기를, 그가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감만은 채워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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