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난 미국에서 흥겨운 스윙재즈 음악과 함께 발흥한 춤인 스윙댄스가 〈아무튼〉시리즈의 31번째 권으로 나왔다. 출판 편집자인 저자는 책쟁이의 안정된 구성력으로 ‘나와 스윙댄스의 성장담’을 짧은 글 안에 꽉 차게 채워넣었다.
‘춤바람’의 입문기가 종종 그렇듯 2000년대 초반 저자는 반전처럼 스윙댄스를 시작하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 느낀 문화적 충격 속에서 열패감에 위축된 대학생활이 절반을 넘어갔을 때 저자는 우연히 선배를 통해 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스윙댄스 동호회에 가입하며 닉네임 ‘깔루아’로 변신한 저자의 삶은 바뀌기 시작했다. “춤을 배우기 전까지 나의 ‘스텝’은 보통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만 쓰였었다. 어디에 가기 위해 걸었고 늦지 않으려고 뛰었지 ‘걸음을 위한 걸음’을 내딛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정해진 스텝에 목적과 의미가 생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깔루아’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입사시험 준비-탈락-탈락-취업-퇴직-취업’ 등으로 이어진 10년 동안 많은 이들이 그렇듯 취미는 ‘먹고사니즘’의 세계 한구석에서 비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0년간 스윙 없는 삶을 살던 삼십대 중반, ‘번아웃’이 빨간 불을 깜빡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다시 원피스 한 벌과 구두 한 켤레를 챙겨 나섰다. 이후 미국의 워크숍까지 찾아갈 정도로 다시 스윙과 함께 살게 된 저자는 코로나로 인한 스윙 휴지기를 다시 겪으며 이렇게 마무리한다. “이 암흑의 시기를 이겨내고 다시 스윙을 출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스윙에 대한 애정을 품은 채로 지금의 일상을 건강하게 잘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이 문장에서 ‘스윙’ 대신 각자가 애정하는 단어를 넣는다면, 고독한 코로나 시대에 누구나 품어야 할 경구가 될 것 같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