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공룡을 좋아할까. 이름도 어렵고 이제는 실제 볼 수도 없는 존재인데 굳이 그 복잡한 이름을 외우고 모형을 진열한다. 가로 30㎝, 세로 30㎝로 크기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은 공룡 팬들을 열광하게 할 요소로 채워져 있다. 이제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공룡들을 종이책이라는 물성을 이용해 우리 앞에 실제 크기로 펼쳐놓는다.
아이들은 이 책을 머리 위로 들거나 발 아래 깔고 보게 될 것이다. 이것저것 가져와 대볼 수도 있다. 어른도 다르지 않다. 어른 발 사이즈를 훌쩍 넘는 실물 크기의 유타랍토르 발을 보면, 어느새 책 위에 자기 발을 갖다 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디플로도쿠스의 실제 크기 콧구멍 앞에 서면 어디선가 끼쳐오는 뜨거운 콧바람을 느낄 수도 있다. 프테라노돈의 부리는 어른 팔뚝보다 길다. 작가는 “프테라노돈 부리 옆에 여러분의 코를 바싹 갖다 대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비로소 공룡의 실제 크기를 인식하고 전율하게 된다.
거대한 공룡의 크기를 확인하며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지금껏 발견된 공룡 알 중 가장 큰 베이베이롱 알을 보면 자신의 한 뼘과 비교해보며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느낄지도 모른다. 결국 책의 양날개를 펼쳐 티라노사우루스의 1m가 넘는 입, 그 거대한 이빨 앞에 서면 눈을 감아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입 속의 혀는 너무 짧고 입 바닥에 붙어 있어서 산딸기조차 핥을 수 없다니 어쩐지 안쓰럽기도 하다.
영국 작가 소피 헨의 작품인 이 책은 종이 그림책이 독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종이 신문 기자로서 종이의 매력을 알려줘 기쁘기도 하다. 작가는 자기 소개에 “제 키는 이 책 6권에 가깝습니다”라고 소개했다. 크기 비교 놀이용으로도 좋은 책이다. 3살 이상.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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