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박상준 지음/을유문화사·1만5000원
에스에프(SF)영화나 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현실로 바꿔줄 수 있는 과학기술들이 접목된다는 것이다. 황폐해지는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실제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 수백, 수천년의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는 해도 말이다.
에스에프는 이카루스처럼 무모하지만 꺾이지 않는 인간의 도전과 꿈을 대리실현해주는 예술적 매개체다. 에스에프 전문가로 오랫동안 글을 써온 저자는 이러한 에스에프와 실제 과학 사이의 복잡한 연결관계를 독자들에게 풀어 소개하는 또 다른 매개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이 감자를 재배하는 등 화성에서의 생존법을 보여준 영화 <마션>을 보자. 그럴싸한 거짓말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우주공학기술이 실제 있다.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를 지구와 같은 환경조건으로 바꾸는 ‘테라포밍’이다. 물론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이 기술이 실제 구현되려면 최소 수백년이 걸리겠지만 저자의 설명을 통해 독자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상상을 해보게 된다. 물 속에서 쥐가 숨 쉬며 돌아다니는 장면이 등장하는 <어비스>에 접목된 건 실제 존재하는 ‘퍼플루오로데칼린’이라는 물질이다. 액체이면서 공기처럼 폐호흡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 물질은 아직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심해의 삶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부풀린다. 저자는 우주여행, 사이보그, 인공지능, 외계인 등 에스에프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독자들의 궁금증이 많이 모이는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현재를 같이 검토한다. 더불어 책과 영화 밖으로 나와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도 곱씹어볼 만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