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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디지털 성범죄’ 사라져라 초등 수사대가 출동한다!

등록 2020-07-24 05:01

출동! 우리 반 ‘디지털 성범죄’ 수사대

박선희 글·김주리 그림/팜파스·1만원

“이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n번방 사건으로 알려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는 진실을 세상에 드러냈다. 생활 동화 <출동! 우리 반 ‘디지털 성범죄’ 수사대>는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초등학교 교실 안 풍경으로 풀어낸 책이다. 디지털 인권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지식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전달한다.

초등학교 4학년 수정이와 민지는 아이돌 굿즈나 게임 아이템을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돈 달라’고 하면 잔소리를 할 게 뻔한 엄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둘은 온라인에 떠도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면 상품권 준다’는 유혹에 별 생각 없이 응하고, 본인 확인용 사진을 보내달라는 말에 의심 없이 사진을 보낸다. 상품권을 준 쪽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이상한 사진’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자 수정이와 민지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디지털 성범죄의 타깃이 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친구의 자는 모습을 동의 없이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 딥 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과 신체 부위 등을 합성하는 기술)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책 속에서 선생님·부모가 아이들이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다독이며 초기에 개입해 더 큰 피해를 막는 장면도 눈여겨 볼 만하다.

디지털 성범죄의 실체를 알게 된 수정이와 민지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 반 디지털 성범죄 수사대’를 결성한다.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함께 ‘우리 반 수사대’가 많아질수록 디지털 성범죄가 발붙일 곳은 좁아질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이승준 <한겨레21>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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