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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집 가훈은 ‘회복’

등록 2020-07-31 05:00수정 2020-07-31 10:19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김비, 박조건형 지음/한겨레출판·1만3500원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길을 잃어 여행 갑니다>에 이어 소설가 김비와 드로잉작가 박조건형이 함께 낸 세번째 책.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은 용기있는 작가 부부의 뭉클한 사랑 고백, 회복으로 나아가는 강인한 사람들의 솔직한 기록이다. 장난치며 다정한 일상이다가 문득 각종 난관에 부닥쳐 고민하고 애틋하게 살피는 마음의 농도가 짙디짙다.

성소수자로서 특별한 삶을 살아온 김 작가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던 박조 작가, 어느날 충동적으로 영화 한편을 보자고 청했고 두 사람은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다. 박조 작가는 가부장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김 작가도 “건드리지만 않으면(?) 괴물로 변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어느새 서로 스며들었다. 같이 살다가 혼인신고를 결심했는데, 시청을 찾아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5분이었다.

이 집의 가훈은 ‘회복’이다. 다친 줄 몰랐던 마음을 다독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인터뷰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너는 누구냐’고 묻던 질문들을 떠올리며 박조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꼭 규정화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소중한 사람의 곁에 바짝 다가선다. 우울증을 겪는 박조 작가를 바라보는 김 작가의 시선도 애틋하다. 그는 “어떤 형편없는 나 자신이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삶이 된다”고 ‘우기’(우울증을 앓는 시기)에 들어간 모든 이들에게 다짐받듯, 위로하듯 적었다.

상대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모르는 걸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미안해한다. 가까운 사람이기에 더욱 묻지 못하는 질문을 애써 삼키고 보살피는, 이토록 따뜻하고 살뜰한 관계. 사랑이란 말은 때론 너무 폭이 좁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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