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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내 성공 모두 내 덕? 사실은 ‘가치 착취’ 덕

등록 2020-07-31 05:00수정 2020-07-31 10:32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 연합뉴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 연합뉴스

가치의 모든 것
마리아나 마추카토 지음, 안진환 옮김/민음사·2만3000원

거대 제약기업 길리어드는 C형 간염 치료약 하보니의 가격을 3개월에 9만4500달러로 매겼다. 제약사는 그동안 든 연구비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을 모조리 지탱하고도 수십배가 넘을 정도의 거액을 치료제 가격으로 매기면서 약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납세자들이 2억 달러를 지불했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애플은 ‘혁신’하는 기업에게 감사가 아니라 세금을 매긴다며 투덜거리지만, 스마트폰의 핵심 기술 상당수(인터넷, GPS, 터치스크린)가 정부가 지원한 공공 자금에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첫번째 공식 벤처 캐피털 회사 창업자는 전직 미군 장교들이었다. 손해를 거리끼지 않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장기적 투자가 누적되어야 혁신이 탄생하지만, 기업가들은 공공기관의 자금지원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가치와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두명의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홀로 창출해낸 것이 아니며, 지원부터 인재양성까지 보이지 않는 비용을 사회가 떠맡았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시장 가치로 환산해주지 않는 가사 노동이나 돌봄 노동의 존재가 종종 무시되는 것처럼 국가는 언제부턴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만을 떠맡으며 무능력한 존재로 치부돼 왔다. 정부의 일을 ‘아웃소싱’ 한다는데 비용은 더 오르고, 이득은 중개업체가, 손해는 국가가 보는 일이 반복된다. 효율을 높인다는데 손해는 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가치 창조가 아닌 가치 착취”의 허상을 꿰뚫는 마추카토가 현대 경제학을 뒤흔드는 이유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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